[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을 방문했던 고객들에게 어느 업장을 이용했느냐 물어보면 상당수가 '뷔페 레스토랑'이라고 꼽을 것입니다.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호텔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텔 식음업장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적자를 보지 않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미국이나 유럽 쪽은 호텔 뷔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데, 동남아와 한국, 일본 등은 뷔페 레스토랑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총주방장이 있는 호텔의 경우 한국의 뷔페 레스토랑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뷔페 레스토랑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말도 있습니다.
고객들도 호텔을 선택할 때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에 매우 민감합니다. 연말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쏟아지는 호텔 관련 기사들도 거의 '뷔페 가격 인상'입니다. 가격 올려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가면 될 텐데 그렇게 가격을 인상해도 '풀부킹'이 되는 곳 역시 뷔페 레스토랑입니다. 연말만 되면 뷔페 레스토랑에 안 가면 안 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이번에는 호텔들의 뷔페 레스토랑에 대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니 주관적일 수 있고 그사이 변화된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녀온 지 오래됐거나 아직 경험하지 못한 곳은 블로그나 SNS 등을 참고했습니다.
서울 3대 호텔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라세느-아리아'
서울 특급호텔 중 3대 뷔페 레스토랑을 꼽으라고 한다면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 롯데호텔의 '라세느', 웨스틴조선호텔의 '아리아'를 대부분 꼽습니다. 다행히 이 세 곳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세 곳 중 순위를 정해본다 해도 더 파크뷰-라세느-아리아 순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가 오래된 호텔이고 고정 고객이 많다는 점입니다. 호텔 고객들은 이동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규 호텔들이 더 다양한 메뉴들과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을 유혹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먼저 서울신라호텔의 더 파크뷰는 단연 국내 최고의 뷔페 레스토랑입니다. 호텔 레스토랑 매출 부분에서도 단연 1위이고 전국 레스토랑 매출 순위에서도 1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격대도 높고 아침, 점심, 저녁 300여개 테이블이 매일 풀부킹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레스토랑 매출 순위 1위라는 말에 신뢰가 갑니다. 테이블 간격이 좁게 붙어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접시를 들고 돌아다녀도 신라호텔 더 파크뷰가 아니면 안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그만한 가치를 한다고 생각하니 비싼 가격에도 더 파크뷰를 선택할 것입니다. 더 파크뷰의 장점은 최고의 식자재와 고객들이 넘쳐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고객들이 많으면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인 중에 임신했을 때 더 파크뷰를 방문했었는데 직원이 먼저 디카페인 커피를 권하고 편안한 좌석을 주셨다는 말을 듣고 "역시 신라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자리에 앉으면 수입 탄산수를 제공해주고 애피타이저 수프가 나옵니다. 껍데기를 깨고 먹는 수프의 맛이 일품입니다. 또 더 파크뷰에는 중식이 매우 유명하고 딤섬이 매우 맛있습니다. 중식당 팔선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팔선에서 딤섬을 먹는 거보다 더 파크뷰에서 딤섬을 뷔페식으로 먹는 것이 더 가성비가 높다는 말도 있습니다.
굳이 더 파크뷰의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비싼 가격과 사람들이 매우 많아 번잡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새로 생긴 호텔 중에는 더 파크뷰보다 더 높은 가격에 책정한 곳도 있어 그리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봅니다.
롯데호텔의 라세느의 특징은 '풍족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음식의 종류가 엄청 많았습니다. 라세느에도 에비앙 생수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비앙의 미세 플라스틱 이슈로 산펠레그리노 생수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특히 라세느에는 다른 뷔페 레스토랑에는 보기 힘든 불도장이 있어 여러 번 기다렸다 먹은 기억이 납니다.
웨스틴조선호텔의 '아리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아리아의 장점은 음식의 질이 매우 높고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온기를 넣어 따뜻하고 맛있었습니다. 빵에 발라 먹는 버터도 이즈니버터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 좋았던 기억이 여럿 있습니다. 평일 저녁에 갔었는데 직원들이 PB 생수를 고객에게 따라주는데 주전자에 담아 제공하는 것도 아닌 페트병을 들고 다녔습니다. 격조가 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주문했는데 "고객님 커피는 셀프입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주말 바쁜 시간도 아니고 평일 저녁인데 고객에게 커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조선호텔 관계자분들께 포시즌스호텔이나 JW메리어트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등을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특급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대부분 커피나 티바를 따로 운영하고 있고 고객들이 요청하면 커피나 차는 테이블로 가져다줍니다.
또 조선호텔 티바에 가서 홍차를 주문하니 선반에서 개별 포장된 티백도 아닌 병에서 티백을 꺼내 줬습니다. 어떤 브랜드의 차인지도 모르겠고 위생적으로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계산할 때도 계산서 요청하니 "고객님 계산은 앞에 계산대에서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타 호텔들은 계산서를 요청하면 테이블로 계산서를 가져다주고 카드를 받아 다시 테이블로 가져다줍니다. 파크하얏트서울의 경우 봉투에 정성스럽게 영수증을 넣어 가져다줍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비스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고객에게 줄 세우고 일 시키는 호텔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아리아의 장점은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사용이 가능했고 신세계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그랜드키친이 매우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랜드키친의 수준은 아리아보다 높고 라세느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예전 그랜드키친은 코엑스 지하에 있었는데 밖에서 레스토랑 룸을 볼 수 있도록 했었습니다. 코엑스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레스토랑 안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어릴 때 그곳을 지나가며 저 안에서 행복하게 식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흠모했던 기억도 납니다. 더 플라자호텔의 세븐스퀘어도 가격 대비 3대 호텔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3대 호텔 뷔페 레스토랑에 도전하는 신규 호텔들
국내 호텔 중에는 위에서 언급한 3대 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호텔들이 여럿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호텔이 뷔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더 파크뷰와 라세느, 아리아의 명성을 넘어서고 싶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포시즌스호텔과 JW메리어트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입니다. 이들 뷔페 레스토랑은 각자의 차별화된 포인트를 가지고 3대 뷔페 레스토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중 르메르디앙 호텔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식 메뉴들을 강화했습니다. 와인도 여러 종류를 갖추고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주류가 음식에 포함된 관계로 가격대가 좀 높지만, 술과 함께하는 뷔페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르메르디앙 호텔을 추천합니다.
JW메리어트 서울은 최근 가본 뷔페 레스토랑 중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즉석요리가 많아 음식의 맛과 질이 매우 우수했습니다. 특히 화덕에서 바로 구운 피자는 정통 이탈리아 피자와 매우 유사했습니다. 뷔페 레스토랑의 단점이 좌석이 불편하고 붙어 있다는 점인데, 이곳은 그런 단점을 보완해 테이블 간격이 매우 넓습니다. 파인 다이닝과 뷔페 레스토랑의 중간 지점 같았습니다.
차를 제공하는데 티팟에 잎 차를 넣어 서비스해주는 호텔은 여기가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차를 먹으려면 셀프로 가져다 먹거나 티백을 제공해줍니다.
갈 길이 먼 호텔들
호텔 뷔페 레스토랑들이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어느 정도 우열이 있고 고객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곳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JW메리어트 동대문, 그랜드 워커힐 서울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먼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서울 최고의 위치에 있는 호텔이고 뷔페 레스토랑인 더 테라스에서 보는 한강 전망은 정말 멋있습니다.
하지만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많은 고객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뷔페 레스토랑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저녁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직원의 첫 마디가 "신한카드 고객이세요"였습니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와인 한잔 서비스 해드립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신한카드 바우처로 이 레스토랑이 많이 제공되고 있는데, 중고상품 거래 사이트에서 제일 많이 거래되는 뷔페 레스토랑 상품권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더 테라스일 것입니다. 더 테라스에 제 돈 주고 이용하는 고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JW메리어트 동대문도 고객들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레스토랑에 가보면 이용 고객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호텔이 제대로 운영될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샴페인을 무료 제공해주는데, 그 외에 큰 메리트는 없어 보였습니다. 특히 인기가 많은 스테이크 등 고기류는 제일 안쪽, 안 보이는 곳에 배치했습니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지 않고 안쪽 안 보이는 곳에 비치한 것은 상업적으로 느껴집니다. 워커힐 호텔 뷔페도 지리적으로 매우 가기 힘든 곳인데,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일부러 갈 필요가 있는 공간은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호텔도 역사가 오래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뷔페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는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최고의 뷔페 레스토랑은?
개인적으로 가본 뷔페 레스토랑 중 더 파크뷰도 좋았고 JW메리어트 서울도 매우 좋았습니다. "왜 인간은 먹는 데 한계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가 불러 못 먹었지 정말 맛있었던 기억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인가 물어본다면 파크하얏트서울의 코너스톤입니다.
코너스톤은 주말에 브런치를 운영하는데 코스요리가 기본으로 나오고 간단한 뷔페 메뉴가 있습니다. 음식 종류는 많지 않지만 모두 매우 신선한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녀본 뷔페 레스토랑 중에 식자재에 있어서만큼은 제일 신뢰하는 곳입니다. 웰컴 드링크와 샴페인도 무제한 제공하는데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가격도 9만9000원으로 여타 뷔페 레스토랑보다 저렴한 수준입니다. 몇 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좋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1부제로 운영하는 점도 좋습니다. 다른 뷔페 레스토랑들은 주말에 2부제로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번잡스럽지 않고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코너스톤 내부./사진=미디어펜
음식을 가지러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 냅킨이 정돈돼 있고 포크와 나이프도 교체되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테이블 정리도 매우 빠릅니다. 직원들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하나가 감동을 줍니다. 결제할 때도 자리에 앉아서 카드를 드리면 결제해서 가져다줍니다. 영수증은 봉투에 담아 주는데 정성이 느껴집니다.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비싼 식기 등으로 크게 감동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섬세한 배려와 말 한마디로 감동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