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콜센터 상담사들도 지식노동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항상 달라지는 지식을 습득하고 또 고객에게 알려줘야 해요. 고객이 내가 미처 모르는 질문을 할 때 인공지능(AI)이 옆에서 틀린 답변을 하지 않도록 도와준다면 고객도 상담사도 모두 만족하지 않을까요?"
26일 박승훈 농협은행고객행복센터 팀장은 AI 음성 인식 상담 시스템 '콜봇(Callbot)'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 은행권 최초로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문자 상담할 수 있는 '챗봇(Chatbot)'을 선보였자. 이달부터는 AI 음성 인식 상담이 가능한 '콜봇(Callbot)'을 추가 오픈했다. 아마존 '알렉스', 갤럭시 '빅스비'와 같은 존재가 농협은행에도 생긴 것이다.
기자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농협은행고객행복센터를 찾아간 때, 현장에서 본 AI '아르미'는 바쁜 상담사들을 대신해 인바운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체 한도 올려줘' '통장 분실 신고할게'와 같은 간단한 고객 문의는 아르미가 대신해주고 직접 상담이 필요한 것은 상담사에게 전화가 가는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다.
아르미가 맡은 역할은 또 있다. 센터 내에서 650명 상담사의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참고 답변을 문자로 제공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담사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아르미도 상담 회선에 접속해 모든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한다. 문자로 변환된 상담 내용은 상담사 컴퓨터 화면에 수시로 노출되며 고객의 질문에 맞는 답변도 함께 분석 제공됐다.
박 팀장은 "금융 상담은 다른 콜센터 업무보다 복잡하고 전문적이라 전문 상담사들도 답변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며 "DSR 규제 등 요즘처럼 제도가 급변할 때는 더 곤란할 때가 많아 답변 정확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아르미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들은 AI 아르미 도입으로 통화품질서비스가 높아지고 고객 민원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남수진 인바운드상담팀 팀장은 "고객들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가장 크게 불만을 느끼는 것은 정보의 불일치다"며 "예컨대 영업점에선 주민등록증만 지참하면 된다고 안내받았는데, 콜센터에선 등본도 가져가라고 할 때가 고객들은 가장 혼란을 겪는 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AI가 상담사를 보조해주니 답변 오답률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그만큼 민원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미가 소화할 수 있는 콜센터 통화 처리 건수는 약 10만 건 정도다. 콜 시작부터 업무 마감까지 처리되는 건수는 일 평균 3만5000건 정도로 전해졌다.
아르미 개발자인 박종필 인바운드상담팀 차장은 "고객이 질문했을 때 답변해주는 응답률은 87% 정도다"며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셋은 200만개 정도로 응답률과 정답률을 높이기 위해 러신머닝 컨트롤센터에서 매일 새로운 질문 유형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미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측정한 후 분류통계를 거쳐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인데, 아직은 스스로 학습이 불가능해 사람이 직접 모범 데이터를 입력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일부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이 불가능한 사항도 존재했다. 예컨대 '통장을 만들면서 신용카드도 같이 만들고 싶은데, 어떤 카드가 가장 좋을까?'와 같은 이중 질문은 인식이 불가능한 상태다.
박종필 차장은 "이중 질문과 어눌한 말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인식률이 낮다"며 "잡음이 섞여 있는 환경에서도 아르미가 혼란을 겪을 수 있어 조용한 공간에서 전화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승훈 팀장 또한 "고객들이 묻는 질문 내용에는 동사나 수식어들이 존재해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금융사에 전화하는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먼저 설명한 뒤 그에 맞는 답변을 들으려는 경향도 있어 답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기자가 아르미에 직접 전화를 걸어본 결과 '이체한도를 상향해줘' '카드 분실신고 해줘'와 같은 간단한 질문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응답이 불가능했다.
또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직원들의 경우 금융 전문가라 금융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전문 용어들을 쓸 때가 있었는데, 일반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작업도 필요해보인다.
박승훈 팀장은 "현재 큐레이터 36명이 매일 답변에 실패한 고객들의 질문 내용을 모니터링해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르미의 답변을 참고하는 상담사들 또한 답변이 맞을 때는 좋아요를 누르고, 틀릴 때는 피드백을 남겨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 중이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