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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년 반 만에 탈원전 폐기...'홀로 역주행' 한국도 재검토해야

2018-11-26 13:23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탈원전을 선언했던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2년 반 만에 이를 다시 철회하면서 국내 탈원전 반대 주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만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탈원전 국민투표'에서 유효 투표 참가자의 59.5%에 해당하는 589만5560명이 전기사업법 조문 폐지에 동의하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가 가결 처리됐다. 대만 정부는 이를 반영한 법안을 3개월 내에 입법원(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입법원은 해당 안을 심의하게 된다.

탈원전을 추진한 민주진보당 역시 참패의 쓴맛을 봤다. 22개 현·시에서 진행된 시장 선거에서 시장 6명을 배출하는데 그친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대만은 앞서 2016년 5월 차이 총통이 집권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후 가동 중인 원전 2기를 중단하면서 전력예비율이 급감했고, 같은해 8월 화력발전소 1기 가동 중단으로 대정전이 발생, 64%에 육박하는 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차이잉원 총통 SNS



이 과정에서 에어컨과 엘리베이터가 중단되고 전깃불을 대체하기 위해 켠 촛불에 의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반대여론에 힘이 실렸고, 국민투표 청원에 29만명이 서명하면서 투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만에서 탈원전 반대 여론이 일어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전기료 인상이 거론된다. 실제로 대만 국민당 산하 국가정책연구재단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원전에 반대한 이유로 전기료 상승(52.6%)이 전력난(46.5%) 보다 높게 나타났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영국·독일·호주·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하나같이 전기료가 인상됐으며, 한국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실적 악화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조사(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67.9%가 원전을 늘리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답해 축소(28.5%)를 압도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정책에 참고하겠다면서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1차 조사 및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 등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르면 현재 24기인 원전 운영기수가 2023년까지 27기로 증가하고, 발전비중도 33%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월성 1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하지만 이는 현재 짓고 있는 원전을 포함한 것으로, 두산중공업과 주기기 계약을 체결한 신한울 3·4호기 원전까지 취소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신규 건설되는 원전은 단 한 기도 없게 된다. 한수원은 올 6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천지·대진 원전 사업 종결을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도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 △경남 도시형 태양광 발전사업 △신안·고리·새만금·고흥·진도 등의 지역 내 해상풍력 발전설비 설치 등 재생에너지사업을 전개하는 등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실현에 동참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고, 부족한 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채우는 것을 말한다.

원자력정책연대 관계자는 "에너지정책은 한 나라의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와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거치지 못하면 결국 국민 모두가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풍요롭게 제공되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의 이면에는 묵묵한 에너지가 있다"며 "짓고 있던 신고리 5·6호기 계속건설도 공론화를 했는데, 왜 탈원전은 국민에게 묻지도 않고, 또 국민은 제대로 따지지도 않는가"라고 한탄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재앙적 탈원전 대책특위 위원장 역시 성명을 통해 "문 대통령의 공약은 차이 총통의 공약과 빼닮았지만, 피해는 우리가 더 심각하다"면서 "힘겹게 쌓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력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전문 인력들은 해외로 도피하듯 빠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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