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 분유 논란이 터지자 남양유업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사진=남양유업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분유에서 코딱지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한 마디로 황당했습니다."
지난 20일 세종시에 있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서 만난 정재연 공장장이 토로한 말이다. 그는 몇십 년간 공장에서 분유를 만들었지만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실제 코딱지가 제조공정에서 들어갈 수 있는지 재연을 해봤는데도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런 논란을 퍼트린 사람에게 법적으로 대응하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그들도 소비자이고 고객이기 때문에 쉽게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식품업체가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로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식품업 특성상 이물질과 세균 등 먹거리와 관련한 이슈는 매우 민감하다. 국민 역시 이런 이슈가 터지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보다 "먹는 거로 장난치는 기업은 문 닫게 해야 한다"는 식의 감정이 앞선다. 식품에서 자그마한 이물질이 나와도 나라가 뒤집히기 일쑤다.
남양유업도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코딱지 분유라는 연관 검색어가 보일 정도다. 이번 '코딱지 분유'는 헤프닝이라고 하기에 기업이 받은 상처는 매우 컸다.
대상에서도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회수 조치 및 판매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검출 세균이 일반 대장균으로 밝혀졌고 전문가들은 '제조과정이 아닌 수거·검사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상은 외부 공인 기관에 정밀 조사를 의뢰하는 것과 동시에 조사 기관(충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라산 소주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한라산 소주는 그동안 '제주산 청정수'로 만든 소주라고 홍보해 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비판은 거셌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이었다. 오뚜기도 자사 케첩에서 구더기가 발견됐다는 사진이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오뚜기 케첩은 일회용 제품이라 구더기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이슈들은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맘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진다. 이런 게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가 없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 역시 사실관계 확인보다 "먹는 거로 장난치는 기업은 문 닫게 해야 한다", "불매운동 해야 한다" 등의 흥분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미비하다. 식품 안전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기준은 선진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이물질 혼입 등은 유통 과정이나 소비자 부주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도 이런 이슈가 터지면 책임은 제조회사가 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이런 이슈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영향이 크다. 무심코 던진 돌(글)에 개구리(기업)가 맞아 죽을 수 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