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남북 철도 현지공동 조사단’이 탄 열차가 북한으로 출발하며 공동조사단 요원들과 환송객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도라산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개성에서 신의주까지,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18일간 일정으로 진행될 남북 공동 철도조사에 시동이 걸렸다.
북측 철도 구간을 공동조사를 하기 위한 우리 열차는 30일 오전 6시40분경 서울역을 출발해 8시11분 도라산역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기관차에 6량이 이어진 우리 열차는 9시5분경 도라산역을 출발해 개성으로 향했다.
도라산역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송식이 열렸다. 김 장관과 오 사장이 우리 측 기관사에게 머플러를 씌워 주며 출무신고를 마쳤고, 오 사장이 “102호 열차 발차!”를 외치자 열차가 출발했다.
서울역 11번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던 7482호 열차 밖에는 ‘남북철도공동조사 착수’ ‘남북철도공동연구조사단’이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정표에는 [서울↔신의주]라고 돼 있었으며, 침식차 밖에는 ‘철마가 달린다! 평화 번영의 미래로’라는 현수막도 달렸다.
11년만에 남북 철도조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녹슬고 끊어진 북측의 철길을 현대화시키고 남북을 연결시키는 사업의 첫걸음이 떼어졌다. 환송식에서 황성규 국토부 철도국장은 “28명 조사단은 민관 최고 철도 전문가”라며 “궤도, 시설, 건축, 신호, 통신 등 각 분야에 대해 성실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남북이 열차를 이용해 개성~신의주 구간을 공동조사 하는 것은 2007년 12월 이후 약 11년만이며, 동해선 구간을 운행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조사단 열차는 우리 열차 6량에 북측 열차는 4량이 이어졌다.
우리 열차에 탄 조사단들은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경의선 개성역~신의주역 400㎞ 구간을 조사한 뒤 12월 8~17일 동해선 금강산역~두만강역 800㎞ 구간을 조사한다. 이 중 금강산역에서 안변역까지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며 선로 등을 점검한 뒤 안변역에서 다시 열차에 탑승해 두만강역까지 올라간다.
경의선 조사가 끝난 뒤 우리 조사단들은 일시 귀국하고 열차는 동해선 구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일부 교체된 우리 조사단들이 다시 북으로 올라가서 철도조사를 이어가게 된다.
도라산역을 출발한 우리 열차는 판문역에서 북측 기관차에 연결돼 북측 구간을 운행하며 철도는 물론 교량과 터널, 철도 시스템 등을 점검하게 된다. 육안으로 보는 검사와 휴대용 테스트 기기를 이용한 구조물 테스트도 이뤄진다.
조사단장인 임종일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이 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시설 노후화 등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보여주느냐 따라서 이런 것들이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7년 경의선 조사 참여했다”면서 “당시 그들이 갖고 있는 철도에 대한 생각을 잘 얘기해줘서 오늘도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경의선 신의주까지 조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단이 북측 구간 철도조사를 하루 앞둔 2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에서 경의선 철로의 신호기가 빨간불을 보이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30일 오전 이 선로를 따라 비무장지대를 가로 질러 북측 판문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경의선 조사를 마친 뒤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평양에서 바로 동해선으로 이동해 조사를 이어간다./연합뉴스
열차는 먼저 개성~신의주 구간을 운행한 후 다시 평양으로 내려와 이후 평라선으로 원산으로 이동한 뒤 안변역에서 두만강역까지 조사한 뒤 평양을 거쳐서 귀환한다. 열차의 총 이동구간은 약 2600㎞이다.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우리측 조사단 28명은 기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철도조사단들이 탄 열차도 기관차-유조차-발전차-객차-침대차-침식차-식수차 순으로 연결돼 있다.
식수차에는 20일동안 사용할 물이 들어 있고, 중간에 한번 급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침대칸에는 1층과 2층이 분리돼 길이 2m에 폭 1m, 높이 1m의 침대층이 있다. 침식칸에는 붙박이 식의 옷장과 접이식 탁자와 좌식 의자들이 있으며, 침식칸 옆 주방에는 전기 레인지, 전기밥솥, 싱크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이 설치돼 있다.
이날 환송식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서 오늘 드디어 경의선·동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가 시작된다”고 소회를 밝히고, “정부는 앞으로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하신 착공식도 연내에 개최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남북 철도연결사업이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착실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도 긴밀하게 협의를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앞으로 하나로 이어질 철길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도 탄탄해질 것. 또한 한반도를 오가는 열차는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실어나르게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 조사단 28명은 누구도 가 보지 못한 북한의 기차역들과 북녘의 산천을 방문하시게 된다.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