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난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의 제 41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H.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향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부인 바버라 여사가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후 입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왔던 그는 이날 별세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11월30일밤(현지시간) 가족 대변인을 통해 트위터로 성명을 발표했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젭과 닐, 마빈, 도로와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놀라운 94년을 보낸 후 돌아가셨음을 슬픈 마음으로 발표한다"며 "그는 아들딸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이자 최고의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부시 가족 대변인 짐 맥그래스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10시경(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자택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비롯해 아들까지 포함한 두 명의 부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두번째 '부자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구분하기 위해 '아버지 부시'로 불려왔던 부시 전 대통령의 죽음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시 대통령은 본질과 의지, 신앙, 가족 및 국가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통해 동료 미국인들의 공공 봉사에 대한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며 "엄청난 빛으로 위대함과 희망 등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1966년 텍사스 주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한 후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미 중앙정보국 국장, 부통령 등을 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에 침략당한 쿠웨이트를 해방하기 위해 걸프 전쟁을 일으켜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후 경기 침체 등 국내 경제요인으로 민심을 잃으면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4년 임기동안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이 붕괴했고 독일 통일을 시작으로 동유럽이 자유화의 물결을 탔다.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이뤄진 미소 정상회담은 '동서 냉전 해체'의 신호탄이었고 이듬해 10월 동서독이 통일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소련과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극적으로 타결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켰다.
이와 맞물려 우리나라 노태우 정부는 1990년 옛 소련, 1992년 중국과 잇따라 수교했고, 1991년 9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 이뤄졌다.
1991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술 핵무기 철수 후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가운데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는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