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왼쪽부터) 배우 김다미, 한지민, 김향기. /사진=더팩트 제공
그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여성 중심 영화는 올해 충무로를 이끄는 배우들의 활약으로 단비를 맛봤다. '리틀 포레스트', '마녀', '허스토리', '너의 결혼식', '미쓰백', '영주', '국가부도의 날' 등 울림 가득한 드라마부터 개성 넘치는 독립영화,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한 액션물,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까지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장르물이 나와 영화계에 만연했던 남초 현상을 깨뜨렸다.
▲ 1500 대 1 경쟁률 뚫고 '괴물 신인' 탄생 알린 김다미
2018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여배우는 데뷔작 '마녀'로 단번에 라이징 스타의 탄생을 알린 김다미다. 24세의 어린 나이와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신인임에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마녀'(감독 연영식)는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작품에 주연으로 발탁된 김다미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의문의 사람들에 의해 평범한 일상이 조금씩 깨져가는 인물로 '마녀'의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를 이끈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순수한 모습부터 기억을 잃은 인물의 미스터리하고 신비한 매력,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되는 긴박함을 다채로운 매력으로 소화한 김다미는 영화의 가장 큰 무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탄한 연기력과 신선한 개성을 겸비한 김다미는 각각 '은교'(2012), '아가씨'(2016)로 충무로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라 대세 배우가 된 김고은, 김태리를 잇는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개봉 이후 김다미가 김태리, 김성령을 제치고 6월 영화배우 브랜드평판 1위를 차지한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김다미는 '마녀'로 제22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슈발누와르 부문 최고여배우상, 제27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 제2회 더서울어워즈 영화 여우신인상,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 한지민, 16년 연기 인생 가장 강렬한 변신…여성 원톱 영화의 힘 증명했다
한지민은 '미쓰백'으로 16년 연기 인생 중 가장 강렬한 변신을 했다. 진한 화장을 하고, 담배를 달고 살고,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대중이 가진 한지민의 이미지와 함께 장면장면만 본다면 파격적인 모습이지만, 치밀한 시나리오와 정상급 배우의 호연이 부진했던 여성 영화 시장에 밝은 빛을 던진 것과 더불어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목소리로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미쓰백'(감독 이지원)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한지민)이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지민은 성폭행 위기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되고, 자신과 닮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쓰백' 같은 작품은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한지민. 김지운 감독의 '밀정'(2016)을 작업하며 신선한 에너지를 받았고,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그 결과 한지민은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4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일명 '쓰백러'로 불리는 '미쓰백' 마니아들의 탄생도 인상적이었다. '미쓰백'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자체적으로 상영관을 마련, 이지원 감독을 초청한 GV를 개최하는가 하면 영화 개봉 이후 SNS를 통한 예매 독려, N차 관람, 상영관 확대 요구 등 자발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다.
'미쓰백'으로 여성 원톱 영화의 호소력을 증명한 한지민. 여성 중심의 장르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사진='신과함께-인과 연'·'영주' 메인 포스터
▲ 2018년은 김향기의 해… 쌍천만 흥행 '신과함께'부터 진한 드라마 '영주'까지
김향기는 10대의 마지막 해를 뜻깊게 보냈다.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최연소 쌍천만 흥행 배우에 등극한 데 이어 독립영화 '영주'로 선보인 호연까지 캐릭터와 한 몸이 되는 열연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먼저 '신과함께-죄와벌'의 후속작인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서는 원작 캐릭터와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라는 평가 속 1편과는 또 다른 덕춘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영화는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주지훈)이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사랑스러움을 온몸에 두른 정 많은 차사의 모습을 선보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가는 한 소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며 형성되는 해원맥과의 케미는 물론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감정선으로 눈물 지분을 책임졌다. 말갛고 선한 인상으로 어떤 여배우들보다 짙은 수심을 그리는 김향기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영주'로 이어졌다. '여왕의 교실'(2013)부터 '우아한 거짓말'(2014), '눈길'(2015)까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직접 들추며 가슴 한켠을 아릿하게 했던 김향기는 '영주'로 또 한 번 진한 드라마를 선사했다. "김향기는 영주 그 자체였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도록 놀랍고 강렬했다.
'영주'(감독 차성덕)는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부모를 잃고 동생 영인(탕준상)과 힘겹게 살아가던 주인공 영주(김향기)가 교통사고 가해자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주와 같은 19세 나이로, 속깊은 애어른의 눈빛부터 사랑이 절실한 소녀의 연약한 표정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김향기.
김향기가 대규모 상업영화 '신과함께'에 이어 저예산 독립영화 '영주'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포장지를 벗기고 나면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재 '영주'는 2주 연속 다양성 영화 예매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CGV 골든에그지수 93%, 네이버 관람객 평점 9.54점을 기록하고 있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과 인기스타상을 거머쥐며 10대를 마감하는 유종의 미를 거둔 김향기의 다음 선택은 이한 감독의 차기작 '증인'이다. 자폐아 소녀 역을 맡아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다. 이제 겨우 대학 새내기가 되는 13년차 배우 김향기는 어디까지 성장할까. 꿋꿋이 걸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여배우가 기대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