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을 뽑는 선거전이 계파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모양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원내대표 후보로 출마한 후보들도 ‘계파 종식’을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계파로 양분된 표심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현재까지 원내대표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4선의 나경원·유기준 의원 및 3선의 김영우, 김학용, 유재중 의원 등이다.
이 중 나경원·김학용 의원의 대결 구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상인데 두 후보 모두 계파를 초월한 당내 화합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친박과 비박을 금기어로 만들겠다”라고 했고, 김학용 의원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계파 프레임이 배제된 선거전을 치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의 지지 기반이 계파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도 인다. 중립을 표방하고 나선 나경원 의원은 실상 친박계 및 잔류파로부터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무성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이기도 한 김학용 의원 역시 비박계와 복당파를 대표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지난달 30일 한국당 잔류파 모임인 ‘우파재건회의’가 나경원 의원을 경선 단일화 후보로 지명한 사건도 당내 선거전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성명에 이름이 오른 현역 의원들이 ‘전달받은 바 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하면서 일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한국당은 한바탕 촌극을 치러야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 역시 2일 탈(脫)계파 골자로 한 ‘i폴리틱스’ 구상을 밝힌 자리에서 “계파를 자극해 표를 얻는 행위에 여러 차례 경고했고 나름대로 제어를 하고 있다”며 “일부 일탈적 행위들이 보여 며칠 더 두고 보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3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나경원 의원에 대한 허위지지 논란과 관련, “있지도 않은 지지선언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필요하면 반드시 징계 조치를 하겠다”며 “허위 지지선언이 있었다면 탈당계를 내더라도 접수하지 말고 기다려달라. 그냥 탈당을 받고 할 일이 아니라 징계를 해야 할 일”이라고 강경한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과 당 소속 중진의원들 간의 연석회의가 열렸다./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