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통일부가 3일 ‘제3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대북정책의 근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진행되어온 남북정상회의 합의안을 대폭 반영하면서 특히 통일에 대한 접근과 비핵화 해법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직전 계획인 박근혜정부의 2차 기본계획에서 ‘신뢰 구축’을 내세운 통일 방안은 한반도 신경제공동체를 구현해 ‘경제 평화’를 실현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또 ‘선 비핵화’로 일관되던 비핵화 해법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 병행’으로 진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라 정부가 남북 공동번영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구현하기 위해 남북관계 발전의 비전, 목표, 기본방향 등을 제시하는 5개년 계획이다. 지난 2006년 남북관계발전법 시행 이후 정부는 2007년 11월 제1차 기본계획을(2008~2012년), 2013년 11월 제2차 기본계획을(2013~2017년) 각각 수립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로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고, 흡수통일 및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3-No'를 명시하고, 남북 간 상호 인정을 바탕으로 하는 점진적‧단계적인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
남북 간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확대 발전시키고, 상호신뢰와 호혜에 기반한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서의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대북정책의 가장 큰 목표도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한반도 신경제공동체를 구현해 ‘경제 평화’를 실현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을 병행해서 진전시키며 △남북 간 합의 내용은 법제화하고 변화된 남북관계 상황을 반영한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해 제도화하고 △남북경협 등을 활성화시켜 호혜적 협력을 통해 평화적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했다.
정부의 중점 추진과제에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기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완전한 비핵화에 따라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포함됐다. 또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및 상시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운영을 통한 상시 소통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남북 간 합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변화된 남북관계 상황을 반영한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고, 남북 간 합의안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제화를 추진한다. 올해 계획으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교류협렵법 개정, 통일경제특구법 제정 지원, 반출입 절차 및 교역‧경협 보험제도 등 정비도 명시했다.
남북경협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틀 안에서 단계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북핵 문제의 진전과 남북의 수요와 장단점을 고려해 경협사업을 발굴하고,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를 통해 환서해‧환동해 경제벨트를 형성하는 것을 촉진하기로 했다.
또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남북경협의 지속성 및 안전성을 확보하고, 중국‧러시아‧몽골‧아세안 등 주요 국가들의 개발정책과 연계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재개하고, 물류축 연결과 인근 관광자원을 결합시켜 관광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당장 올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 산림병해충 공동 조사 및 방제, 양묘장 현대화 추진, 남북공동특구 조성 관련 공동연구조사 추진 검토도 명시했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9월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전면적 생사확인, 상시 상봉, 고향 방문, 서신 교환 등 다양한 방식의 이산가족 교류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특히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 활성화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북한주민 인권 개선을 위해 장애인 복지 증진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북한인권기록센터’ 실태조사 및 ‘북한인권재단’ 출범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탈북민 지원에 있어서는 생활밀착형 정착에 주안점을 두고 탈북민 특화 일자리 지원체계 구축, 개인별 직업훈련 체계화 등 자립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통일부는 ‘제3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과 함께 2018년도 시행계획도 발표했지만 올해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아 ‘2018년도 시행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에만 머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2019년도 시행계획’을 최대한 빨리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박근혜정부 때인 2차 기본계획에 남북 간 대화와 관련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관련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 확보’라는 문구가 이번 3차 기본계획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물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2차 기본계획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이번 3차는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에 맞게 구성됐다. 사건 하나 하나에 대해 문구를 가지고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전체적 맥락을 봐 달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