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에 적용하던 월 2회 의무 휴업일을 복합쇼핑몰에도 확대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 이른바 경제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규제다. 하지만 정책은 인식의 결과일 뿐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전쟁으로 보고, 약자가 죽을 수 밖에 없으므로, 강자를 규제하면 약자가 살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재벌기업이 추진하는 수퍼 강자이기에 당연히 의무 휴업일이란 족쇄를 채우는 것이 정의(justice)라고 생각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불신하고, 정부개입을 선호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제이론에서도 시장실패를 좋아하고, 정부개입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공공성을 앞세운다. 얼마전 사립유치원의 정책 방향이 '공공성 강화'였다. 공공성은 너무 추상적이므로, 경제학에선 공공성 대신에 '공공재(public good)' 이론을 통해 정부개입의 타당성을 설명한다.
공공재는 두가지 특성을 가지는 재화로 정의된다. 즉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배타할 수 없는 '비배타성(non-excludability)'과 다른 사람과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비경합성(non-rivalry)'이다.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공공재는 정부에서 제공한다고 해서, 공공재가 아니고 두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공공재 여부가 결정된다.
복합쇼핑몰은 '공공재'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두가지 특성으로 살펴보자. 복합쇼핑몰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을 알 것이다. 날씨가 고약할 때 실내공간으로 만들어진 복합쇼핑몰에 가는 것은 마치 놀이터에 가는 기분이다.
우선 들어가는데 제약이 없다.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으므로 '비배타성' 특성을 가진다. 또한 한가할 때 방문하면 많이 사람들이 동시에 그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즉 '비경합성' 특성을 만족시킨다. 따라서 복합쇼핑몰은 두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므로 공공재다. 재벌기업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복합쇼핑몰은 공공재다.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확대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이자 공공재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종합쇼핑몰은 '공공재'로서 역할과 수익창출이라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최고의 재화다. /사진=경방 타임스퀘어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정부만이 생산해야 하거나, 정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공공재라는 생각을 한다. 경제학에선 그렇게 가르치진 않는다. 우선 규제대상인 재벌기업이 만들었지만, 복합쇼핑몰은 공공재다. 지난 여름, 지독히 더운 날씨에 어린이와 함께 복합쇼핑몰에 가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놀이터 가는 기분으로 방문하고, 어린이도 동네 공원에 있는 공공재 놀이터보다 더 즐거워한다. 재벌기업이 만들었지만 공공재로서 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공공재이지만 수익사업을 통해 이윤도 낸다. 공공재이지만 일반 시민도 즐기면서 수익도 창출해 내고 있다.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최고의 재화다.
문정부의 정책방향은 공공성 강화이며 이런 지침을 통해 많은 세부적 정책을 펴는 듯하다. 복합쇼핑몰은 공공성을 넘어서 공공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공공재로서의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려고 한다. 월 2회 휴업이란 규제는 월 2회 만큼 일반 시민들의 공공재 향유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해서 오히려 공공성을 없애려는 어리석은 시도일 뿐이다.
정부 개입없이도 본질적으로 공공성 역할을 다하고 있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정부의 최고정책은 '가만히 두라'는 것이다. 재벌기업이 하는 것은 모두 탐욕스런 행위이고, 정부개입은 공공성 강화라는 인식구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재가 무엇인지, 공공재이지만 민간이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구조(privately provided public good)라는 입증에 대한 이론 등도 공부해야 한다.
이런 지식이 있어야 복합쇼핑몰에 대한 정부규제가 타당한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문정부는 공공성 강화를 외치면서 이미 공공재인 복합쇼핑몰을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규제하려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이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
[현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