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연내 1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IBK기업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지게 됐다.
점유율의 경우 기업은행이 전체 은행권 가운데 22.6%로 아직까지 압도적이지만 은행 선택권이 넓어진 우량 기업들이 여타 시중은행에 몰려갈까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1월 기준 중소기업 법인 대출(개인사업자 제외) 잔액은 147조6458억원으로 전년 말 136조7049억원 대비 8%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경우 기존까지는 IBK기업은행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최근 추세가 바뀌고 있다. 소매금융에 집중하던 시중은행마저 중기 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은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 포트폴리오 대신 기업대출과 서민금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혁신 기업이나 서민에 자금을 순환하라는 요청이 있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52조7256억원을 기록해 점유율 면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순증 목표치 6조5000억원을 8조5000억원으로 수정하면서 대출 지원을 더 늘리고 있다"며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의 한도도 2조원까지 증액한 상태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기업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시중은행들이 비올 때는 우산을 빼앗은 뒤 뒤늦게 우산을 씌어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철수할 때도 기업은행의 여신은 증가했다"면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공략 전략은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수년 간 시중은행이 소매금융에 집중하던 시기에 기업은행은 우량 차주 위주의 지배력을 강화해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거래 기업이 많다보니 그만큼 대출 신용평가 모형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수 밖에 없고 이는 연체율 등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중은행의 경우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우량 차주 위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저신용 기업이 대부분 기업은행에 몰려있는 것은 리스크가 되고 있다.
기업 신용등급에서 저신용으로 평가받고 있는 B+이하 기업들의 전체 대출 약 54%를 기업은행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부도 가능성 등을 평가화해 위험 수준별로 나눈 수치다. 이는 은행과 신용평가사마다 다르지만 세부적으로는 AAA부터 R까지 구분화 돼 있다.
다만 시중은행의 경우 과당 경쟁에 나서는 사례도 있어 이자마진 면에서는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미 거래 은행이 있는 기업에 금리 우대 조건을 제시하면서 고객을 탈취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대출 계수를 늘리기 위해 금리 우대 조건 등을 제시하는 은행들도 있을 것"이라며 "우량 차주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자마진을 깎아서라도 고객을 데리고 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