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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가성비 갑으로 등극한 중형세단 'SM5'

2018-12-08 12:59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2000만원대에 차량을 구매할때 따끈따끈한 신상이 필요하지 않고 첨단 안전·편의사양도 필요하지 않다면 최고의 가성비 차량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준중형 차량에도 반자율주행 기술을 추가 할 수 있고 기본사양으로도 많은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 중형이상의 차량이 부럽지 않다고 하지만 중형차량보다 실내가 좁은 게 사실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넓은 차량이 필요하다. 이에 구형 모델 이미지가 강하지만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는 차량이 있다.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의 SM5다.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 /사진=미디어펜



SM5는 지난 2010년 1월 3세대 모델로 출시된 이후 풀체인지(완전변경) 없이 9년째를 맞는 오래된 모델이다. 더욱이 같은 회사에 같은 중형 세단 차급에서 SM6가 출시된 2016년 3월 이후 판매실적은 월 300~400대 수준에 머물며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야 할 차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랬던 SM5가 느닷없이 역주행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판매실적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2월에는 120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영업일수가 적었던 2월을 제외하고는 월 1000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르노삼성의 효자 모델로 자리 잡았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노장의 역주행 비결을 무엇일까. SM5를 시승하며 매력을 분석해봤다. 

SM5의 디자인은 엄밀히 말해 화려함이나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2015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쳤다고 하지만, 당시에도 톡톡 튀는 화려한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딱히 부족함을 찾기도 힘들다. 3세대 초기형의 ‘죠스바’ 모양의 보닛은 벗어던진 지 오래고, 넓게 펼쳐진 ‘V자’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르노삼성의 패밀리룩에 속해 있음을 증명해준다. 

자세히 뜯어보면 평범함 속에 클래식한 멋이 깃들어있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점잖은 중형 세단의 품격을 풍기는 디자인이다. 그러면서도 요즘 잘 나가는 차의 상징이 된 LED 주간 주행등을 비롯, 17인치 투톤 알로이 휠과 같은 고급 디자인 요소들도 가미돼 있다. 옵션이 아닌 기본 장착 사양들이다. 

성능은 화려한 퍼포먼스나 알뜰한 고연비를 부각시키는 애매하다. SM6 출시 이후 고출력 터보 엔진이나 고연비 디젤 엔진은 없애고 승용 모델은 2.0ℓ 가솔린 모델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인테리어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 /사진=미디어펜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 /사진=미디어펜



141마력에 최대토크 19.8kg·m을 내는 SM5의 2.0ℓ 가솔린 엔진은 급가속과 추월로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되고픈 이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중형 세단에 걸맞은 넉넉한 배기량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출력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전혀 부족함이 없다. 

서울과 속초를 오가는 고속도로와 일부 국도, 시내도로를 SM5로 주행한 결과 고속도로에서는 무리 없이 속도를 끌어올리고, 미시령의 가파른 고갯길도 거뜬히 오른다. 시내에서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동승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중형 세단에 2.0 가솔린 엔진은 오랜 기간 국내 시장에서 ‘스탠더드’로 불려온 조합이다. 저배기량 엔진에서 억지로 짜낸 고출력에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디젤엔진의 털털거리는 소음이 거슬리는 소비자에게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덩치에 맞는 배기량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제격이다. 

연비 역시 딱 2.0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중형차에 기대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딱히 차를 험하게 몰진 않았지만 연비도 신경쓰지 않은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시내도로를 주행한 뒤 체크한 연비는 10.6km/ℓ가 나왔다. 인증 복합연비(11.3km/ℓ)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대신 고속도로 주행만 별도로 체크한 연비는 인증 고속도로연비(12.6km/ℓ)를 소폭 상회했다. 

SM5의 가장 큰 장점은 거주공간, 그리고 편의사양에서 찾을 수 있다. 중형 세단의 넉넉한 공간은 뒷좌석에 가족을 태워야 하는 가장에게 고마운 존재다. 

새 차를 사면 돈을 더 들이더라도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편의사양들은 모두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시트는 앞뒤 모두 고급 가죽으로 덧씌워져 있고, 앞좌석의 경우 열선시트는 물론 통풍시트까지 기본이다. 운전석 뿐 아니라 조수석까지 전동으로 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다.

전자식 룸미러(ECM)과 하이패스(ETCS), 좌·우 독립 풀오토 에어컨까지 모두 기본 적용 사양이다. 

주행 보조 기능은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전부지만 오롯이 운전을 책임지지 않을 바에 어설픈 도움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자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게 느껴진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해주거나 차선을 유지해주는 기능은 졸음만 유발할 뿐이다. 크루즈 컨트롤도 속도제한 구간단속 지역에서나 사용하는 정도다.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 /사진=미디어펜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 /사진=미디어펜

르노삼성자동차 중형세단 SM5. /사진=미디어펜



시승 결과 SM5는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 차를 2195만원짜리 단일 트림으로 판매한다. 앞서 언급한 편의사양들은 모두 기본 제공이다. SM5보다 한 차급 아래의 준중형 세단에 이정도 사양을 모두 채워 넣으려면 2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가족을 위한 자동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실내 공간에서 준중형과 중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다른 중형차에 SM5의 기본제공 사양들을 추가하려면 2000만원 후반 수준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이 정도면 한 달에 1000명에 육박하는 소비자들이 이 철지난 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설명이 될 것 같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이미 개발비를 다 뽑은 차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아 매출을 올리고, 소비자로서는 ‘신상’에 대한 허영심을 접는 대신 실속을 챙기는, 서로에게 남는 장사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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