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군은 김학용·나경원 의원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결국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간 계파 대리전으로 흐르는 양상인데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동태(動態)가 변수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비박계와 복당파로부터 지지를 받는 김학용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 후보로 김종석 의원을 지명했다. 김학용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아낼 강한 야당·수권정당으로서 한국당을 만들기 위해 경제 전문가인 김종석 의원을 정했다”고 했다.
친박계와 잔류파를 등에 업은 나경원 의원도 이날 범친박계로 통하는 정용기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발표했다. 나경원 의원은 “학문적·정책적 지식을 넘어 정책에 담긴 함의와 민심의 이동을 읽을 줄 알고 현장 경험이 있는 정책위의장이 필요하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내후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쥘 당 대표 선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친박과 비박 진영에서는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거는 눈치다.
표면적으로 각 후보의 최우선 공약은 당내 계파구도를 없애는 것. 나경원 의원은 출마 당시 “친박과 비박은 금기어로 만들고 이를 통해 보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고, 김학용 의원도 출마 선언에서 “분열은 공멸이고 우리의 분열을 반기는 세력은 집권 여당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각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확실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이번 선거는 계파 간 ‘세 다툼’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당내 계파를 흔들만한 요인이 선거 판세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해석한다. 즉, 조강특위가 추진 중인 인적쇄신 작업의 폭이 각 계파를 분열시키거나 단결시킬 촉매제가 될 거라는 얘기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의식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인적쇄신 명단을 원내대표 선거 이후 발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모 언론이 보도한 ‘한국당 조강특위, 현역 14명 교체 권고’ 관련 기사에 대해 김용태 사무총장이 “터무니없는 오보”라며 “지금껏 수치를 미리 정해놓고 한다든지 한 바가 없다”고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의 결정과는 별도의 결정을 시사한 점 등을 놓고 볼 때 인적쇄신의 칼끝은 친박계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 이에 친박계의 경계심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가 인적쇄신 강도를 높일수록 친박계는 뭉칠 수밖에 없다”며 “친박계 중심의 신당 창당설도 비슷한 이유에서 나오지 않았겠나”라고 평했다.
10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