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원전 밸류체인은 국내 원전의 지속적인 활용을 위해 유지돼야 하며, 원전의 경제성은 따져보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좋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사양제품은 있지만 원전산업 자체는 사양산업이 아니며, 수력·태양광·풍력 등이 변변치 않은 국내 환경에서 지금까지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의 경우 미국·프랑스와 달리 원전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갔는데, 이는 잘 정돈되고 국산화된 밸류체인 덕분"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볼때 밸류체인 일부가 붕괴되면 핵심기술을 상실할 수 있고, 이를 복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률을 볼때 1.4GW짜리 원전은 태양광 16GW와 맞먹는 전기를 생산하고, 신한울 3·4호기가 20년간 만들 전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발전 총량과 비슷하다"면서 "발전단가를 볼때 월성 1호기는 경제성 때문에 문을 닫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해체 비용은 건설·운영에 비길 정도가 아니며, 해체비용 대부분이 중저분위 폐기물 비용"이라며 "원전해체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꼬집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정운천 의원·곽대훈 의원·김삼화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 건설이 축소되고 가동원전은 안전 신뢰도 부족으로 계속운전에 대한 저항성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체코와 사우디 등을 제외하면 당분간 수출할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두 두산중공업 상무는 "설비 변경·재투자·인력 트레이닝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일견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협력사들이 전환을 시도했으나 성공사례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사우디 발주처는 강력한 밸류체인이 구축돼 거의 유일하게 정해진 예산과 목표된 기간 안에 원전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았다"면서도 "사우디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3~4년은 지나야 하청업체들에 낙수효과가 돌아가는데 그때까지 그 업체들이 견디는게 가능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그는 "핵심 부품 공급사들에 물어보니 30~60%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은행 대출금리가 5~9.5% 올랐다는 답변이 돌아왔으며, 지금 이 사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더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필수"라고 호소했다.
서상민 우리기술 전무는 "60년에 걸친 탈원전은 신고리 5·6호기의 설계수명이 다할때까지 안정적인 밸류체인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인데, 업체들의 도산으로 예비품 공급·기술지원·A/S가 안될 경우 정부와 한수원은 대책이 있느냐"고 힐난했다.
서 전무는 해외 원전 수주에 대해 "말기암으로 1~2달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체적으로는 더 이상 연명치료를 비용도 방법도 없는데 5년 뒤에 신약이 나올 수 있으니 그냥 버티라는 무책임한 위로랑 뭐가 다르냐"고 토로했다.
신고리 3·4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
박진표 변호사는 "급격한 탈원전에 의한 원전 밸류체인 붕괴는 원전의 경제성 악화 외에도 심각한 안전 및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원전수출활성화 △원전해체산업 육성 및 원전해체 국민수용성 확보 △부하추종운전 △원전 거버넌스 재구축 등을 제시했다.
정종영 산업부 원전산업정책 과장은 "해외 원전 수출은 복권과 같은 것으로, 성공하면 엄청난 매출이 발생하지만 간헐적이고 우리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다"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자재 수출 활성화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과장은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원전을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우리 뿐"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요 독점 같은 비즈니스 구조를 글로벌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정책 변화에 의해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이날 행사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주최한 것으로, 주호영·추경호·김기선·정운천 의원 등도 참석해 원전산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토론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일부 지역에선 원전 건설부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낮다'는 정 과장의 주장에 대해 "강정마을과 사드 때처럼 외지에서 들어온 외부세력의 선동의 영향 아닌가"라고 반론을 펼쳤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