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2019년 황금 돼지의 해를 앞둔 재계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안팎으로 불투명한 경영 환경이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는 모양새다. 미래사업 경쟁력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들이 내년에 긴축경영을 계획하고 설비투자 등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최저기온 영하 8도를 기록한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를 살펴보면 내년에 주된 경영기조를 ‘긴축경영’이라고 답한 최고경영자(CEO)가 50.3%로 절반을 넘었다. 현상유지가 30.1%였고, 확대 경영은 19.6%에 그쳤다. CEO 80% 이상이 올해보다 내년에도 상황이 호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CEO들의 경기상황 인식도 비관적이다. 69.4%가 ‘장기형 불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조사(49.1%)보다 20.03%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다. 경영 성과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CEO는 54.1%로 나타났다. 그만큼 CEO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영환경이 절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 기업의 설비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이 국내 3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4.4% 줄고, 내년에는 6.3%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18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170조원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은은 경기 불안과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증대로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의 투자 축소가 두드러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수출을 이끌고 있는 주력산업의 부진까지 예상되면서 재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19년 주요 상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주요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를 예상했다.
보고서는 “내년 세계 경제의 활력이 점차 약화되면서 경기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경기는 투자 약화, 소비둔화 등으로 내수수요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재계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풀어 신성장산업을 촉진하고, 급변하는 통상이슈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등 치밀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을 주목하고 있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정책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목소리가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확정된 내년 투자 계획을 최근에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에서도 어렵다는 소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며 “투자 성과가 몇 년 후에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