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고 영입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롭게 원내 지휘봉을 잡게 된 나경원 원내대표의 ‘케미’에 이목이 쏠린다. 당장 두 사람이 당내 인적쇄신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나 원내대표의 경선 결과를 두고 68대35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 데에는 당내 친박계의 지지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지난 1년간 당권을 쥐고 있던 비박·복당파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박계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기용한 김 위원장과의 불협화음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
일단 김 위원장과 나 원내대표 모두 당내 계파주의가 사라졌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느낀 것은 당의 계파주의가 크게 약화되고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고, 나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이 당에 오시면서 계파 깨트리기가 시작됐다면 계파 종식의 완성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라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오는 15일께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위원장이 인적쇄신에 방점을 찍었다면, 나 원내대표는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중에 할 건 나중에 할 것대로 있고, 지금 할 건 지금 할 것대로 있다”며 “비대위 일에 있어 나에게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던 게 인적쇄신”이라고 강조했다. 당 일각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인적쇄신 단행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1차 인적쇄신은 이번에 하는 것(당협위원장 교체)이고 2차 인적쇄신은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내후년 총선) 공천이 2차 인적쇄신이 될 것이고, 4차 인적쇄신은 (총선에서의) 국민의 선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적쇄신 규모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조강특위 발표가 있기 때문에 내일 보고를 받을 것 같다”며 “조강특위 결론을 모르기 때문에 무슨 말 하기가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반대로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인적쇄신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 시기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며 “의원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인적쇄신이 지나치면 대여(對與) 투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밝힌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112명의 의원들을 모시고 싸워야 한다. 군사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며 “(의원) 숫자가 줄어드는 게 굉장히 걱정되고, 당의 단일대오를 흐트러트릴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적쇄신을 둘러싼 당내 ‘투톱’의 입장이 차이가 나자 조강특위의 명단발표 이후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