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한국에 법인설립할 생각이 없다. ‘에어아시아 코리아’를 설립하고 싶었지만 한국이 우리를 반기지 않는 것이 너무 자명하다. 우리가 진출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고 고용 창출도 될텐데 매우 아쉽다.”
아시아 대형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그룹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14일 “항공시장 진입 규제 강화로 느끼는 어려움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던진 말이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자서전 ‘플라이 하이’(FLY HIGH)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 종료 후 잠시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해 한국 시장 진입과 관련한 고충을 털어놨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그룹 CEO가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 재팬'을 설립하기 전 일본은 에어아시아와 합작 사업을 하면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누가봐도 외항사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굳이 어렵게 들어오려고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이는 결국 한국에 손해로 돌아갈 것이다.”
실제로 에어아시아그룹은 일본에서는 ‘에어아시아 재팬’의 운항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베트남과도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그에게 ‘에어아시아 코리아’의 설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으나 “한국 항공산업은 경쟁이 정말 심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삼성전자의 핸드폰이나 현대자동차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국내보다 더욱 뛰어난 외항사에 문을 열어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페르난데스 회장은 “인천과 부산국제공항에서는 20분에 한대씩 비행기가 뜨고 있고, 현재 경쟁사들이 운항하는 노선을 외항사에게 줘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고 아쉬움을 토했다. 외항사들이 국적사와 함께 시장에서 경쟁할 경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낮아지고 폭 넓은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항공 시장에서 LCC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창립 13년만에 매출 1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고,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에서만 수송객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타 LCC와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저렴한 가격과 넓은 노선망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국내 LCC도 이 같은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시장은 더욱 성장가치가 있다”고 했다. 특히 국내 대구공항과 무안공항의 성장성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는 “대구와 광주공항처럼 공항은 있지만 트래픽(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을 인천이나 부산공항으로 연결할 수 있다”며 “에어아시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분명 이런 노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LCC에 대해서는 “시장 경쟁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LCC 중 제주항공이 견실하게 사업을 이어가곤 있지만 아직 운임이 높다”며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더욱 저렴한 운임의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LCC들이 6시간 이상 비행해야 하는 중장거리 노선 취항 계획을 수립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단거리 시장과 마찬가지로 장거리 노선 또한 이미 레드오션에 가깝다”며 “자회사 에어아시아엑스의 경우 지난 10년 간 현재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까지 힘들었지만 현재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수익 창출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항공사들은 좌석을 연간 단위로 앞당겨 판매할 수 있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부가서비스 창출이 중요하다”며 “공항에서 소비하기 쉬운 물건들을 항공기 내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끊임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로, 현재 전 세계 130여곳에 취항하는 항공사로 성장했다.
한국 노선은 인천과 부산, 제주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방콕(돈므앙), 필리핀(마닐라, 세부, 칼리보) 등으로 운항하는 노선을 총 주 84회 운항하며 간편 환승을 통해 40여개 도시로의 여행을 지원한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