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기자가 불법 사금융을 취재하기 위해 대부업체가 많이 몰려있는 지역을 수소문했을 때 주변에서는 강남구하고도 선릉역을 추천했다.
대형 업체부터 시작해 중·소형 사무실이 대거 몰려있다는 이유에서다. 선릉역이 대부업자들의 집결지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일었다.
지난 13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대부업체를 취재하며 대부업체가 가장 많이 몰린 건물 2곳을 찾아가 시민들에게 관련 이유를 물어봤더니 다양한 추론이 나왔다.
건물에 대부업체가 4곳이나 있는 A건물 관리원은 유독 테헤란로에 대부업체가 많은 이유를 묻자 "강남이란 상징성과, 접근성이 좋은 교통 등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답변을 꺼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오피스텔 건물을 찾았다. 소형 대부업체가 6곳이나 몰려있는 곳이다.
오피스텔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인근에 대부업체가 있는 것을 아느냐' 물음에 "얘기만 들었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오히려 그들은 대부업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을 뜻하는 이른바 'OP 여성'들이 더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했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여기에는 그 사람들(대부업자)보다 더 많은 게 OP 애들이에요. 대부업체는 보통 OP 애들 끼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에 유독 많은 것 같네요"라며 "임대료가 싼 것도 영향이 있긴 하겠네"라고 말했다.
대부업자와 유흥업 종사자가 몰려있는 탓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없냐고 묻자 그는 뜻밖의 이야길 꺼냈다. 대부업체가 사무실을 구할 땐 일반인들과 달리 계약조건에 차이가 있어 사전에 감지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계역서상 명의자(임대인·임차인)의 보증금은 임차인에게 반환하게 돼 있는데, 대부업체가 올 땐 꼭 특약사항으로 계약서를 소지한 이에게 보증금을 반환해달라는 특약사항을 적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증금을 내주게 될 때가 오면 임차인이 안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내보내려고 임차인과 싸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정말 싸요 싸. 보증금 300에 월세 35만원, 700만원에 25만원. 이런 것 본 적 있어요?"라고 되물었다.
그의 말마따나 사무소 내 임대 현황판을 살펴보니 정말 보증금과 임대료가 낮았다. 300만원에 35만원, 단기 입주 시 700만원에 25만원. 서울 도심 한복판 오피스텔에 이렇게 저렴한 공간이 있는 것은 기자도 처음 봤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 사람들(대부업자) 입장에서는 300만원에 25원 내고 사무실만 얻어도 바로 사업자를 등록할 수 있으니 여기가 최적의 장소긴 하겠네요"라고 덧붙였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국장은 "대부업법이 처음 출범할 때 대부분의 업체가 강남 테헤란쪽에 점포를 내는 곳이 많았다"면서 "최근 대형업체들 같은 경우는 비대면 대출이 활성화돼 비싼 임대료를 포기하고 구로구나 영등포로 빠져나가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결국 강남에 남아있는 업체들은 주로 중·소형 대부업체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