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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제정책방향] '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활력'…文 정부 방향키 돌리나

2018-12-17 12:47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홍남기(좌)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활력 제고'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가 앞서 내놓은 세 차례의 경제정책방향은 소득주도성장 등을 먼저 앞세웠는데, 이번에는 기업투자 촉진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것이다.

'사람 중심 경제'의 맥을 큰 틀에서는 이어가되, 투자·혁신·구조개혁 등에 더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에 실제로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은 구체성이 부족하며 '카풀'(승차공유) 등 민감한 주제는 정책 자료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개혁 청사진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경제활력·구조개혁에 방점…소득주도성장 안 내세워

2019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정책 과제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를 가장 먼저 꼽은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우선이다.

정부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됐던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민간 자본에 공공시설 사업을 전면 개방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핵심 규제를 개선하고 신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등, '경제 체질'을 바꾸고 '구조 개혁' 하는 것을 정책 과제 중 두 번째로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에 해당하는 내용은 정책 과제에서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라며 세 번째가 됐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은 경제정책의 비전·전략을 표기한 부분에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구성 요소로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기재됐고 그 외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정책 과제의 순서를 보면 무게 중심이 불평등 완화 등 사회통합에서 투자나 혁신 등 경제 활력 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앞서의 경제정책방향과 비교하면 그간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은 분야를 전면에 배치하고, 정치적 논쟁에 휩싸인 소득주도 성장을 상대적으로 덜 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지난 2017년 7월 내놓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은 '사람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4가지 경제정책 추진 방향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을 가장 앞에 배치했었다.

이렇게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과거와 달리한 것은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어려움이 그만큼 심각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을 동원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했고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혁신 지체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지속 저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내년도 경제 상황이 적어도 금년 수준 이상으로 개선되도록,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16개 과제 중 10개 성장에 방점…"정책 선회했다" 해석도

정부는 16개 주요 과제에서 내년 상반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는데, 여기서도 우선순위 변화가 감지된다.

이 중 10개 과제는 혁신성장, 규제개혁, 투자 활성화, 산업경쟁력 강화, 재정을 활용한 경기 부양 등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 착공 지원, 대형 민간투자사업 발굴·조기 추진, 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활성화, 서비스산업 육성 전략 수립, 중소·벤처 기업 선순환 생태계 보강, 4대 신산업 집중 지원 등이 대표적인 규제 완화 및 지원이다.

4대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광역권 대표 공공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재정 조기 집행 및 공공기관 투자 확대, 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나 탄력 근로제를 보완하는 등, 경직된 정책이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도 상반기에 성과를 내야 할 과제로 적시했다.

소득주도성장과 밀접한 항목은 4개였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발굴·확산,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서민·영세자영업자 소득증대 및 부담 경감, '한국형 실업 부조' 도입을 과제로 제시했다.

고용에 관해서는 임금 체계를 연공급 위주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혁신형 고용안정모델을 구축하겠다며, 혁신에 안정보다 조금 더 방점을 찍은 과제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선순위에 변화를 준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를 맨 앞에 내세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단기 대응책으로 경제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프레임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는 건설업이 관련되니, 고용유발계수가 높다"고 해석했다.

정책 방향을 사실상 '수정'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팀을 2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정책은 그대로 간다는 분위기였는데, (경제정책방향을 보니) 많이 선회한 것 같다"며 "최근 대통령 발언이 '기업 기 살리기'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많이 맞췄는데 경제정책방향에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공유경제 촉진한다더니 카풀은 배제…"규제개혁 의지표명 부족"

그러나 규제나 제도 개선에 관한 확신을 주기에는 경제정책방향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방향은 대표적인 제도 개선으로 기업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 정부가 '이런 것을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다른 것도 개선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돼 기업에 의욕을 줘야 하는데, 메시지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한계"라고 평가했다.

투자 활성화 정책이 일부 기업의 가시화된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측면도 있다.

윤 교수는 "쉬운 것들만 건드리는 느낌"이라며 "중소기업·대기업 가리지 말고 행보를 넓게 가졌으면 한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노동 분야 개혁에도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공유경제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내걸었지만 민감한 이슈는 제외, 규제 개혁이나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관한 정부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승차공유 문제로, 정부는 작년 말에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유상 카풀 서비스 운영기준 및 택시·카풀업계 간 공존방안을 올해 3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카풀 문제를 아예 경제정책 방향에 담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카풀 등에 관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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