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예상보다 큰 규모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기로 한 가운데 바른미래당에서 이학재 의원이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할 예정이다. 한국당의 이번 인적쇄신이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비박계 좌장으로 통하는 김무성 의원 등 현역의원 21명에 대해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향후 공모절차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쇄신 명단에서 현역의원 ‘물갈이’ 규모는 전체 112명 의원 중 약 18.8%에 달한다.
비대위의 이번 결정에 한국당 내부적으로는 불만의 목소리보다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친박계만 보더라도 홍문종 의원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윤상현·원유철 의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17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그야말로 계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라며 “이번 결정도 계파주의와 당이 결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계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정치 풍토를 이번 기회에 바꿔보자는 의지를 거듭 표명한 셈.
이처럼 한국당이 적극적인 쇄신 의지가 바른미래당 내 보수성향 의원들의 탈당을 가속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출신으로 바른미래당에 소속된 이학재 의원은 한국당 복당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쇄신 명단을 발표하면서 바른미래당으로부터의 탈당이 점쳐지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당협위원장 일반 공모 대상 지역으로 분류해 둔 상태다.
김병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에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있는지 안 비어있는지 조차 잘 모른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하는 의원들을) 당 측에서 영입 형식으로 모셔온다면 (당협위원장 공모 절차에서)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부여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당의 이번 쇄신이 탈당과 별 연관성이 없다는 바른미래당 내 여론도 감지된다. 당장 이학재 의원의 경우 한국당의 결정 이전부터 탈당을 고민했다고 밝혔고, 탈당이 점쳐지는 한 의원 역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