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19일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폭로와 관련해 직접 브리핑을 갖고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이날 오후 6시40분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김태우 직원이라고 지칭하면서 그동안 언론에 폭로해온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특감반원들이 컴퓨터에 작성중인 문건은 제게 보고된 문건도 있고, 특감반장이나 데스크 차원에서 폐기된 문건도 있고, 자신이 작성한 첩보를 혼자 정리한 것도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진행하기 전에 본인의 소회를 밝힌 뒤에는 감정에 북받친듯 울컥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브리핑에서 박 비서관은 10건 문건의 보고 수준에 대해 조목 조목설명했다.
본인이 보고받은 사항은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갈등' 문건을 비롯해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금품수수' 관련 동향 보고,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관련 문건,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이라고 말했다.
이중 고건 전 총리 장남과 관련한 문건을 제외한 3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된 문건이라고 밝혔다.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관련 보고,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의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관련 보고, 조선일보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외국환관리법 위반 취재 보고, 조선일보의 유동수 민주당 의원 재판관련 보고 등 4건은 특감반장에까지 보고된 문건이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진보교수 전성인씨 관련 보고,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관련 보고에 대해 "누구에게도 보고된 바 없는 문건"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또 "코리아나호텔 배우자 건과 자산공사 보고 시기는 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에 정식 임명되기 전"이라며 "김 수사관이 민간 첩보 수집 관행을 못 버리고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가 제재를 받았고 보고서는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김 수사관은 약 1년간 이처럼 문제되는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는데 이 보고서가 청와대에 출입한 뒤 작성한 것인지 이전부터 갖고 있다가 보고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과 김현미 장관 갈등 관련 보고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두 사람이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특감반의 직무권한에 따라 사실확인을 해 제가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보고서"라고 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 금품수수 관련 동향 보고'와 관련해서는 "향후 대사로 될 내정자 신분에 있는 상황에서 제가 관련 보고를 받았고 이 보고서는 인사검증에 참고하도록 민정수석에게 전달했다"며 "이는 저희 반부패비서관실 업무"라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 장남의 비트코인 관련 사업 동향'에 대해서는 "특감반원 신분으로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행정요원으로서 다른 행정관들과 협업으로 정책정보를 생산하는 로우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라며 "비트코인 관련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고자료가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 관련 보고서'에 대해서는 "저희는 실제로 공공기관으로부터 해당 사업가가 부정하게 예산을 수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실로 (사건을) 이첩했다"며 "이 부분은 공공기관과 관련된 저희 직무범위 내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BH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중',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 거래 혐의 취재중'과 관련한 보고서에는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는 김 수사관이 크게 열심히 일을 안 하던 시기"라며 "특감반장의 기억으로는 거의 지라시 수준으로 언론 사찰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작성해왔다고 한다"고 했다.
'진보교수 전성인씨 관련 보고',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관련 보고'와 관련해서는 "(작성 시기가) 김 수사관이 직무에 배제된 뒤 근신기간 작성한 보고서로 저희가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의 이날 브리핑은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 의혹과 관련한 추가 자료 공개에 따른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목록이 나온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야권 인사를 비롯한 교수‧언론·민간 기업 등에 대한 청와대의 전방위적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