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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 2020-위더스⑥]박도형 모닛 대표 "당연한 걸 잘 하는 것이 매직"

2018-12-21 11:30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삼품전략·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던 박도형 대표는 지난해 4월 스마트 육아용품 스타트업 모닛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1년8개월 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 먼저 모닛에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벼랑길에 서 있는 심정이었다.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성공적으로 첫 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박 대표의 표정에서는 긴장감과 절박감이 엿보였다.

박도형 대표가 모닛이 입주해 있는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서초센터에서 포즈를 위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삼성전자 출신 6명이 의기투합한 모닛은 지난 7월 첫 번째 제품인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를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아기의 대소변 여부, 아기방의 공기질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제품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품을 내놓기까지 절박함이 컸어요. 운이 좋게 서로의 니즈가 맞은 부분도 있었고요. 유아용품은 기술 발전에서 소외된 부분이에요. 불편함도 부모의 헌신으로 포장되잖아요. 전기차가 다니고 스마트폰을 쓰는 세상은 이렇게 빨리 발전하는데 수 백년 동안 패턴이 똑같다는 데 대한 문제의 식이 있었어요. 기저귀 등 유아용품 영역은 기술에 목말아 있는 상황이에요.”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를 선보이기 전부터 유수의 유아용품 기업들이 모닛을 주목했다. 지난해 10월 유한킴벌리와 스마트프로비스 제공 업무협약(MOU)를 체결했고, 올해 3월에는 미국 킴벌리 클락의 공식 서플라이어가 됐다. 삼성벤처캐피탈, 시리즈A 투자유치 등 사업성도 높게 평가를 받고 있다. 모닛은 내년 1월에 미국 UC버클리대학이 운영하는 악셀러레이터 ‘스카이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모닛은 지난 8월 스마트 베이비 캐리어 '베베핏'도 선보였다. 정보기술(IT)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제품이지만 박 대표는 ‘스타트업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 기술이 최고라는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있다”며 “사용자 편의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유아용품 구상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제품 차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박 대표는 모닛의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기존 기저귀 센싱 제품은 대소변을 구분할 수 없었어요. 부모가 알림을 무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지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모닛 제품은 대소변은 물론 방귀까지 구분할 수 있어요. 습도 센서만 들어간 기존 제품의 정확도는 30% 수준이에요. 저희는 5종류의 복합센서를 넣어 정확도를 90%이상 끌어올렸습니다.“

박 대표는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통한 사업 확장 계획도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구체화 되고 있다.

“일단 디바이스를 판매하지만 데이터 분석이 정말 중요합니다. 앞으로 디바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월정액을 받는 모델을 통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데이터 싸움이 될 것입니다.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하드웨어라는 막강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기에 대한 제대로 된 데이터는 아직 구글도 갖고 있지 않아요.”

박도형 대표와 모닛 멤버들/사진=모닛 제공


박 대표는 “당연한 것을 잘 하는 것이 매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를 예로 들었다. 우버의 기술 차체가 대단하다기 보다는 10분 안에 내 앞에 자동차가 오는 것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저희 기술을 통해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게 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아는 보육, 교육으로 연결되죠. 사업을 확장하면 연계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합니다.

박 대표는 모닛이 지금까지 오는데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16년 1월 C랩 프로젝트를 시작해 사업화 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4월 분사해 모닛을 창업했다.

“저를 포함해 6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와 모닛을 설립했어요. C랩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었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는 좋은 멤버들이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스타트업은 좋은 사람과 자원을 끌어들이는 게 큰 문제거든요. 또 제품 콘셉트 증명과 양산은 다른 차원의 문제에요. 제가 C랩을 거치지 않았다면 제품은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C랩 출신이라고 하면 비즈니스를 하는데 파트너들이 기본적인 믿음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며 웃었다.

한편, 2012년 말에 도입된 삼성전자의 C랩 프로그램은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34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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