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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 KBS 연예대상 수상, 무난하고 영리한 선택이었으며 반가웠다

2018-12-23 11:51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영자가 생애 처음으로 연예대상 수상자가 됐다. 22일 밤 열린 '2018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이영자는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번 시상식에서 대상을 누가 받을 것인지는 예년에 비해 관심이 떨어진 편이었다. KBS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크게 화제가 됐거나, 출연자 가운데 두드러지게 맹활약한 예능인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한 해 KBS 예능은 실험적인 새로운 작품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의 역량을 강화한다든지 체질을 개선하는 등 보수적인 방향으로 운영된 편이었다.

대상 후보자로 5명이 올랐다. 수상자가 된 이영자 외에 신동엽, 김준호, 유재석, 이동국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대박이(시안) 아빠 이동국이 만약 대상을 받았다면 현역 축구선수의 수상이라는 이변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그밖에 후보자들은 사실 누가 수상하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질 쟁쟁한 예능인들이었다.

KBS의 선택은 이영자였다.

사진='2018 K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일단 무난해 보였다. 데뷔 후 평생을 '웃기는 여자'로 살아온 이영자는 풍부한 경력의 정통 코미디언(개그우먼)이다.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녕하세요'의 든든한 안방마님이고, 올해 9월 새로 시작된 '볼빨간 당신'에서의 활약도 더했다. 이미 대상 수상 경력이 있는 신동엽 유재석 김준호 등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특별한 임팩트가 없었기에 이영자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

KBS가 영리한 선택을 한 것으로도 보였다. 이영자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가 다시 대중적인 환호의 중심에 선 것은 먹방 홍수 속에서도 이영자만의 차원이 다른 먹방 덕이 컸다. 하지만 이영자의 먹방 여왕 이미지는 '전지적 참견시점'(MBC), '랜선라이프'(JTBC), '밥블레스유'(올리브) 등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강조된 것이었다. 정작 KBS 출연작에서는 폭발적 화제의 중심에 설 만한 먹방 솜씨를 발휘한 적이 없지만, 대상을 안김으로써 이영자가 쌓아온 이미지 자체를 잘 활용한 결과가 됐다.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연예 대상 시상식을 한 KBS가, 바둑으로 치자면 '선착의 효'를 발휘한 셈이다.

무척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흔치 않은 여성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정글'로 비유되는 예능계에서 여성 예능인이 이영자처럼 오랜 기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웃음을 안기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영자는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로 한동안 대중과 멀어져 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방송에서만큼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이영자는 세번째 여성 연예 대상 수상자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연예인이 아닌 '미운 우리 새끼' 출연진 어머니(이른바 '모벤져스')들이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지상파 연예대상이 시작된 이래 박경림(2001년 MBC)과 이효리(2009년 SBS) 이후 세 번째다. KBS에서는 최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이슈와는 별개로, 이영자의 대상 수상은 후배 여성 코미디언이나 예능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이영자는 수상 후 "제가 대표로 이 상을 받았지만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해주신 스태프분들, '안녕하세요'를 믿어주고 찾아주신 사연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에게 수상의 공을 돌렸다. 진심이 느껴졌다.

또한 이영자는 "후배를 위해 연탄이 되어주시는 전유성 선배님과 동향인데 밥 한 번 안 사주신 최양락 선배님,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최양락)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꿨는데 그 꿈을 꾸다 보니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고 했다. 훗날 어느 후배가 대상 수상을 하고 "이영자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는 소감을 밝히는 모습이 기대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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