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 3당 교섭단체가 24일 유치원 3법 처리를 위한 '6인 협의체' 가동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강행할 뜻을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간 입장차가 커 27일 본회의 전까지 합의를 이룰지도 불투명하고, 입법에 이르기까지 남아있는 숙제도 많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4일 '6인 협의체' 모두발언에서 "이번 임시국회는 유치원 3법 처리를 위한 국회"라며 "국회가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제는 결심해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사립유치원과 국공립유치원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각자 가진 안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국회가 유치원 3법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에 나섰다.
소위 '유치원 비리 근절' 프레임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민주당은 "교육목적 교비의 사적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회계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밝혔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사유재산으로 일구어진 사립유치원을 매입하거나 임대하지도 않으면서 사립학교와 동일하게 제한하고 지원금→보조금 전환을 통해 사유재산을 통제할 것이라는 우려, 대법원에서 판시한 운영상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하냐가 관건이다.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3법을 강행하면서 앞서 설립자들이 투자한 사립유치원 사유재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을 경우 줄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또한 유치원 3법으로 인해 향후 사립유치원이 퇴출(자발적 폐원)을 선택할 자유가 없어지고 국가가 회계감사할 법적 근거가 강제화되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 유치원측 집단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오른쪽 세번째)이 10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조승래 교육위 간사, 김태년 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춘란 교육부 차관./연합뉴스
우리나라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은 헌법상 규정한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교육이 아니다. 놀이학교 등 유아 사교육기관을 비롯해 어린이집·유치원 등 만 3~5세가 다닐 수 있는 형태도 다양해 학부모 선택에 달려있다.
사립유치원은 지난 수십년간 설립자의 사적재원으로 운영되어왔다. 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유치원 확대를 원했지만 재원이 없어 엄두내지 못하다가 민간을 끌어들여 개인이 자발적으로 유치원을 건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편의를 제공했다.
2012년 누리과정 도입후 정부 지원금이 혼재됐지만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와 동일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에 대해 비리나 횡령이라는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
이러한 재무회계 특수성으로 사립유치원이 존립 가능했지만 민주당의 유치원 3법은 이를 부정한다.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바로 "사적 유용"이라고 비판하면서 비리 프레임을 씌운 '정부 지원금'에 대한 문제다.
사립유치원에게 떠넘기듯 지급하던 지원금을 수요자인 학부모들에게 직접 지급하면, 학부모는 자기 선택으로 유치원을 정하고 사립유치원은 각자가 지닌 경쟁력에 따라 정리될 것이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비리 횡령 문제도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아동학습권과 교육의 기회 보장, 교육의 평등을 위해서는 국공립과 사립유치원간 지원금을 동일하게 보장해 비용에 대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민주당은 유치원 3법 강행에 앞서,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낙인찍어 그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를 그만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