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직 간부가 민노총을 향해 '상위 10%의 기득권층'임을 자인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신동아는 최근 민노총 간부 출신인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이 이렇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장은 인천지역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민노총에서 사무부총장, 정책연구원장, 홍보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민노총은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계급구조에서 기득권층"이라며 "상위 10%인데도 자신들이 우리 사회의 '수혜 계층'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여전히 핍박 받는 노동자, '약자'라는 포지션을 자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본인들이 기득권의 조건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다 경제적으로 잘 살 사는데도 자기들이 약자라고 생각하니까, 나머지 하위 계층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고민을 전혀 안 한다는 것.
또 "1987년에는 노동운동이 개혁적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점점 임금 극대화 전략에 치중하면서 '밥그릇 지키기 운동'으로 역할이 갇혀버린 측면이 있다"면서 "내부에서 이 문제를 잘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기아차 노조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며 "그러니까 '자기 식구'들만 챙기는 경향, 즉 '성 안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은 보호하는데 성 밖의 노동자들에게는 굉장히 냉정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노총도 거시경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내부 혁신을 할 지 분명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느 정도 '자기 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사실 민노총 산하 기업 노조들은 대기업과 공기업들에 많다. 그 대기업 정규직들은 모두 다 고연봉.고소득자들이다.
그들이 언제 비정규직, 작은 기업 노동자들, 힘 없는 무노조기업 노동자들,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치는 구직자들, 특히 일자리를 얻지 못해 울고 있는 청년들의 처지를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최근의 대표적 케이스가 '광주형 일자리' 문제다.
광주형 일자리는 청년실업사태의 '돌파구'로 주목받았다. 초임 연봉을 35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주거.복지.보육시설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조가 '걸림돌'이 됐다.
현대차노조는 "고용위기를 느끼는 현대차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주장하면서, 파업을 강행했다.
도대체 고연봉의 수혜자들인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직장을 찾아 헤메는 청년들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 청년들이 낮은 연봉을 감수하고서라도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정부와 광주시가 이들을 지원하겠다는데 기존 취업자, 그것도 배부른 정규직 노조가 왜 가로막고 나서는 것일까.
각성해야 할 배부른 강성 노조는 민노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 지부는 새해 1월 8일 파업을 예고했다. 임금.단체협상 결렬이 이유다.
새해 벽두의 대규모 파업의 '스타트'를 알린 국민은행 노조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평균 연봉 9100만원에 달하는 전형적인 '귀족 노조'가 19년만에 고객들을 '볼모'로 벌이려는 파업이다. 누구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