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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험의 외주화 방지? 안전 해법 틀렸다

2018-12-29 12:19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위험하거나 힘든 작업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원청 사업주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장의 실제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강화 및 영업비밀 규제에만 몰두해 도리어 기업의 생산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반기업 악법으로, 안전사고의 본질을 외면해 해법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산업재해 사망자 중 하청근로자 비중이 지난 2016년 42.5%에 달하고 최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기폭제가 되어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향후 위험한 작업을 원청이 직접 하더라도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고는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위험이 내부화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한 달에 80여명씩 발생하고 있지만, '외주화로 인해 비정규직 하청근로자들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통계가 아니라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산재 사망자의 76.4%를 차지했다는 점만을 드러냈다.

이번 김용균씨 사고의 경우도 사고 전 작업환경 개선 요구가 있었지만 이것이 무시됐고 2인 1조 수칙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예방 환경 조성을 위한 기업측 기회비용이나 수익성이 바뀌지 않아, 쌓여가는 규제 부담에 위험작업이 많은 제조업의 외주 일감 자체가 해외로 넘어가 일자리 등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전은 비용이다.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디든 돈이 들어간다. 그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 안전사고와 밀접한 일자리 자체는 없어질 것이다.

위험하거나 힘든 작업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원청 사업주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사진=미디어펜


전국경제인연합회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사업주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도급인을 비롯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와 산재 발생 책임을 확대하고 벌칙을 강화해 기업 부담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최근 안전사고로 인한 산업재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재해 방지를 위해 법을 개정한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의견을 더 반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안은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고,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 수위를 기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높였다.

또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고, 이와 관련해 화학물질 명칭과 함유량 등을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정도의 법 개정안이 단순히 규제와 처벌 강화로만 일관해 안타깝다.

향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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