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27일 밤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은 최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한 청년의 산재 사망을 계기로 지난 19일 국회에 상정됐다. 산업재해로 하청 근로자가 사망을 했을 경우, 원청 기업가와 법인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발생한 산재 사망이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었다는 여론에 대다수의 국회의원이 동의한 것이다.
이른바 '김용균 법'이라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재석의원 185명 중 찬성 165명, 반대 1명, 기권 19명으로 가결됐다.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1명은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전 의원은 "산업 안전은 중요한 것이고, 안타까운 희생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법안을 다룸에 있어서 (법안의) 파급효과를 신중히 검토하고 절차에 따라 다뤄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미흡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전 의원이 언급한 대로 일부개정법률안이 아닌 전부개정법률안이 제대로 된 심의과정 없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율로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이 같이 중요한 사안을 별도의 당론 없이 개별 투표에 맡긴 것도 의아하다. 사고가 난 뒤 울부짖는 장면이 언론에 비추면 법률이 통과되는 후진성이 이번에도 가감 없이 발휘된 것이다. 법안을 통과시키는 문제는 한 청년의 사망에 명복을 비는 것과 별개의 사안임에도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원청 업체 작업장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의 책임이 원청 업체에 지우는 조항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청 업체가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 범위를 확대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법은 하청 업체 근로자가 추락·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특정 장소에서 작업할 때만 원청 업체가 책임을 지도록 했지만, 개정안은 이 범위를 원청 업체 작업장 전체로 확대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전희경 의원 페이스북 제공
이 같은 사안을 고려한 전 의원의 '반대표'는 여론의 싸늘함으로 돌아왔다. 전 의원의 '친기업 행보'가 문제라는 비난이다. '친노동'을 표방하는 정부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기업은 무조건 '악'이라고 외치는 그들에게 전 의원의 반대표가 줬을 충격은 뻔하다. 때문에 그녀를 '재벌 앞잡이' 내지는 '냉혈한'으로 몰고 싶은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한다. "이래도 친기업 할 거야?"라는 기세로 끊임없이 괴롭힐 준비가 돼 있는 그들이다.
전 의원 역시 이 같은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지키는 쪽을 택한 그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슬퍼하는 여론에 '대충' 묻어갈 수도 있겠지만, 법의 엄중함을 알고 있기에 차가운 머리가 있는 한 표를 행사한 거다. 앞으로 있을 숱한 갈림길에서도 그녀의 선택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친기업 행보'가 아닌 옳은 길을 향한 전 의원의 소신이다.
전 의원이 없었다면 모든 책임을 원청 기업에 지우겠다는 법안이 반대표 하나 없이 통과됐을 것이다. 반대표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법안은 눈물로 통과시키는 게 아니다. 냉철한 판단으로 평가하는 것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피해자 가족의 눈물에 자신들의 판단을 맡긴 '여론의 외주화'는 대통령이 언급한 '위험의 외주화' 보다 더욱 위험하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여론에 따라 휘둘리는 그들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행보가 민심을 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민심이 원하는 곳에 표가 있고, 거기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행사된 전 의원의 한 표는 자유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여론 앞에 바짝 엎드린 그저 그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대쪽 같이 버티고 있는 전 의원이 있기에 그나마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녀의 고독한 행보는 훗날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