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백복인 사장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했다.
KT&G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 이상인 민간기업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신재민(32·행시 57회)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2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교체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기재부는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으로 하여금 기업 주주총회에서 사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며 “국가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재부가 나서서 이런 지시를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문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방송사에서 정부가 KT&G 사장을 교체하려는 내용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고, 그 문건을 제보한 사람이 본인”이라며 “해당 문건은 (기재부) 차관에게 보고된 문건이고, 청와대에서 사장을 교체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한 방송사는 정부가 KT&G 사장 선임에 개입하려는 듯한 기재부 차원의 문건을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기재부는 실무자가 KT&G의 경영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은행 등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KT&G 사장 인선을 압박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KT&G 백 사장 연임 안건에 반대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백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신 전 사무관은 문건 입수 경위에 대해 “차관 집무실 부속실에 있는 문서 출력, 편집 공간에서 KT&G와 관련해 ‘대외주의’, ‘차관보고’라는 명칭의 문건이 있었다”며 “(같은 국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문건 입수 전에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또 “KT&G 사장 교체 과정에 개입하려는 상황에서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는 차관님께 다른 보고차 들어간 배석자리에서 지시가 일어나는 것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 국고국 국유재산정책과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7월 기재부를 그만뒀다. 신 전 사무관은 “KT&G 말고도 서울신문 사장 교체를 시도한 적 있었다”면서 “‘KT&G 사장 건은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교체건은 잘 돼야 한다. 청와대 지시 내용’이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 근무 당시) KT&G 사장 교체건 말고도 몇 건이 더 있었다”면서 “청와대와 관련된 다른 사건들과 관련 영상을 몇 편 더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튜브 영상/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