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포털 사이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색하면 ‘분식 회계’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이쯤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제품 보단, 분식 회계라는 단어가 국민들 머릿속에 더 확실히 각인됐을 것 같다. 실제로 이 회사가 분식 회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법이 판단할 문제겠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
한쪽에선 “경영승계를 위해 삼바 회계를 분식했으니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승계와 회계는 무관하며 회계처리 역시 정당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정권이 바뀌자 멀쩡했던 회계가 분식으로 둔갑했다”며 “금융당국의 말 바꾸기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이 중 목소리가 가장 큰 쪽은 분식 회계의 목적이 ‘경영승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인 것 같다. 이들은 수십 년째 모든 현안을 경영 승계와 연결시키며 세상에 없는 범죄인양 싸워오고 있다.
199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논란,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논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논란, 그리고 이번 삼바사건 모두 결론은 ‘경영 승계’로 귀결된다. 심지어 국정농단 사건에 삼성을 연루시킬 때도 “모든 것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뇌물이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이른바 ‘반기업’이 일상인 그들이 기업인의 경영 승계를 얼마나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결국 정설이 돼 ‘경영승계’는 기업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추악한(?) 행태로 자리 잡은 듯하다. 한 사건이 마무리 될 법 하면 또 다른 사건을 걸고넘어지며 경영 승계와 연결시킨 집요함의 결과다.
문제는 사안 하나하나를 파악하려면 공부가 필요하기에, 시간을 투자해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려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거다. “재벌 저 나쁜 놈”이라는 선동 하나면 모든 사실은 범죄로 둔갑한다. 경영 승계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들으면 이것이 굉장한 구태처럼 느껴지지만 왜 잘못된 것인지 이야기 하려면 말문이 막힐 가능성이 크다. 선전선동의 결과다.
경영 승계는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연결되는 문제다. 그리고 지배구조에 대해 수십 년간 연구해온 학자들의 결론은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는 거다.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 지배구조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나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를 기업에 요구하며 ‘경영 승계’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혹여 경영승계가 잘못됐다면 그것은 시장이 판단해줄 문제고, 그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나 그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제3자가 일일이 참견하며 훼방을 놓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흘러온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기업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해주거나, 기업의 판단을 시장에 맡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삼성이 헤쳐 나가야 할 문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왜 분식이 아닌지 반박한다는 것은, 크게 보면 반기업 세력과의 싸움이라는 의미다. 삼성은 그 싸움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이기면 좋은 것이지만 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뭐랄까.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건 그런 의미인 것 같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