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보수진영에서 구심력을 발휘할수록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으로 공동전선을 꾸리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경계심을 풀지 않는 듯 보인다.
최근 바른미래당은 굵직한 원내외 자원들을 잃었다. 현역으로 뛰던 이학재 의원은 물론 류성걸 전 의원과 이지현 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등은 당을 떠나 한국당행을 택했다. 6·13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에서 뛴 신용한 전 충북지사·박종진 전 국회의원 후보도 탈당했다.
이들 중 일부는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수장인 유승민 의원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유승민 의원마저 탈당할 경우 봇물 빠지듯 바른정당계의 탈당 레이스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보수진영 전반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이언주 의원에게도 이목이 쏠렸다.
바른미래당 인사들의 탈당이 뜬 소문이 아닌 가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탈당을 지켜보던 손학규 대표는 “일부 탈당이나 한국당 복당을 하는 분이 있는데 안타깝다”며 “당대표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당 사태가 닥치기 전 한국당에 공개 경고를 날리던 기세에서 한풀 꺾인 것이다.
일단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등 복당 의사가 있는 인사에게 사실상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고 싶은 분들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바른미래당으로부터의 영입 방침을 공식화한 셈이다.
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한국당 내에서 추진 중인 ‘KBS 수신료 거부 챌린지’의 다음 주자로 이언주 의원 등 3명을 지목하기도 했다. 비대위가 줄곧 ‘보수통합’에 방점을 찍어온 터라 김병준 위원장이 이언주 의원을 지목한 것도 소위 ‘거리 좁히기’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바른미래당에 남은 이들은 당장 한국당행을 택하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당적을 옮기기엔 한국당 내 변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의 ‘빅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끝나고 차기 당대표가 선출된 직후까지는 지켜볼거란 얘기다. 아울러 유승민 의원만을 놓고서는 “돌아갈 명분이 없다”는 점도 한국당행 가능성을 낮추는 근거로 제시된다.
한 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제대로 된 보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바른미래당 안에서 흔들릴 사람은 많을 것”이라면서도 “탈당도 타이밍인데 지금은 애매해진 상황 아니겠나. 한동안은 바른미래당 내에서 탈당 얘기는 안 나올 듯하다”라고 평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