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에 나타난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자료=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 화면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지난해 해외 수주액 300억 달러를 돌파한 국내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이 줄어든 데다 국내 주택 경기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해외 수주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4일 해외건설협회(해건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건설시장에서 321억 달러(약 30조9285억 원)가량을 수주했다. 해외 건설 수주액이 3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수주액 398억 달러를 기록했던 2007년보다 100달러 낮아진 수치다.
문제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 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각 건설사는 저유가 영향으로 올해도 해외건설 시장이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하향조정 또는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수주액은 2018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건설사 수주 1위에 등극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목표액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이 회사는 69억4000만 달러를 수주해 10대 건설사 중 가장 양호한 성적을 냈다. 현대건설도 올해 수주목표액을 지난해(50억 달러 수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실수주액은 전년(21억9200만달러) 대비 40% 이상 하락한 13억990만 달러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해외사업 수주 1위를 삼성에 내준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목표액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회사의 실제 수주액은 49억5772만 달러에 그쳤다. 대우건설의 올해 해외사업 수주 목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20억 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실수주액 13억6685만 달러로 목표치인 10억 달러를 간신히 넘겼지만 2017년 수준(26억5600만달러)을 회복에 주력할 방침을 세웠다. GS건설은 작년 9억2529만 달러를 수주해 목표치였던 3조1000억 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SK건설의 올해 수주목표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43억달러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었다. 한편 1월 14일 현재 한국 업체들 수주액은 5억달러 미만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해외수주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약 38% 증가한 450억달러로 추산했다. 중동지역의 실적이 개선되고 아시아·아프리카지역 수주도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중 플랜트의 발주 규모가 32.6%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해건협은 올해 아시아(34.4%), 중동(29.4%), 아프리카(11.4%) 순으로 플랜트 기준 해외 발주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사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수주선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쌍용건설과 GS건설은 각각 말레이시아, 두바이 싱가포르 등에서 도합 2조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에티오피아에서 1600억원 규모의 도로공사를 수주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개선에 따른 수주 증가보다는 건설사의 자체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주 규모는 전년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발주 물량의 증가에 따른 수주 확대보다는 기업의 수주 역량이 근간이 됐을 때 성장세가 지속될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단발성 대형 사업에 기인한 수주 증가가 국내 건설기업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