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시장서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V자 회복' 선봉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2019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와 수익성을 확대해 나가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내린 미션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언급한 핵심 시장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미국 법인은 잇따른 신차 투입을 통해 SUV 비중을 늘려 'V자 회복' 미션 수행에 나서고 있다. 그 선봉에는 양사의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자리한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임무는 그동안 현대·기아차에게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미드사이즈 SUV 시장 공략이다. 이들 차종은 국내에서는 대형 SUV로 불리지만 워낙 큰 차가 많은 미국 시장에서는 미드사이즈(중형) SUV로 분류된다. 

윤승규 기아차 북미권역본부장(전무)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드사이즈 SUV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무려 6%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전체 시장의 9.3%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출시로 현대·기아차는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9.3%에 달하는 세그먼트(차급)에 새로 진출하면서 판매 회복에 큰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추세와 이로 인한 자동차 업체들간 경쟁 심화 상황을 보면 현대·기아차의 'V자 회복'은 결코 만만한 미션이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1733만4481대로 2017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록 감세에 따른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가 등 영향으로 2016년보다 1.7% 감소했던 2017년의 역성장 흐름은 벗어났지만, 대신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런 와중에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6만7619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0.6%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현대차는 1.1% 감소한 67만7946대를, 기아차가 전년과 비슷한 58만976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미국 자동차 시장의 대내외적 환경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해 소폭 성장에 그친 자동차 산업수요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며, 판매 확대를 위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연간 산업수요가 17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 불안,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공세,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움직임 등도 현대·기아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할부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악재다.

미드사이즈·엔트리 SUV 신차 투입 잇달아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SUV 라인업을 필두로 한 신차 모멘텀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와 엔트리 SUV 신차를, 기아차가 텔루라이드와 쏘울, 엔트리 CUV 신차를 출시한다. 

이를 통해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동시에 수익성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중 하나는 SUV를 포함한 RV 차종의 인기였다.

2018년 미국 연간 판매가 0.6% 증가에 그치고 승용 판매는 13.3% 감소한 반면, SUV, CUV, MPV 등 픽업트럭을 제외한 RV 차종의 판매는 8.7%나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RV 차종은 대당 판매단가가 높아 수익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결국 RV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 같은 미국 시장의 흐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그 중에서도 양사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담당할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역할이 막중하다. 미국 자동차 업계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미드사이즈 SUV 시장에 참전하면서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 고가 차종인 만큼 수익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14일(현지시간) 개막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텔루라이드를 공개하고 1분기 중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텔루라이드는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첫 공개됐던 텔루라이드 콘셉트카의 양산형 모델로, 강력한 힘과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춘 북미 전용 SUV다.

특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미국 고객만의 취향을 반영해 개발한 첫 모델로, 럭셔리 SUV에 적용되는 신기술은 물론 충분한 공간과 안전성, 우수한 상품성과 주행 성능,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기아차는 사전 마케팅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뉴욕 패션위크에서 텔루라이드 양산형 기반 쇼카 내외관 디자인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텔루라이드가 합류하면 기아차는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텔루라이드로 이어지는 4종의 SUV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도 하반기 중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를 선보인다. 지난해 LA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던 팰리세이드는 경쟁 차종 대비 뛰어난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미국 소비자 집중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하반기 엔트리 SUV 신차도 출시해 SUV 신차·코나·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강화된 SUV 라인업을 완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 성장하는 미국 시장의 RV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라인업에서도 잇달아 신차를 출시하며 모델 노후화에 따른 판매 부진 해소에 나선다. 

특히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 시장 판매의 주력을 담당해 온 쏘나타 신차가 출시되는 점은 가장 큰 호재다. 현대차는 하반기 미국 시장에 신형 쏘나타를 출시할 계획으로, 차량 콘셉트에 맞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미국 시장에서 기아차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쏘울 풀체인지 모델을 1분기 중에 출시한다. 이를 통해 미국 박스카 시장에서의 돌풍을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해 코나 EV와 넥쏘를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한 현대차는 다양한 시승 이벤트 및 마케팅 활동을 통해 판매 확대는 물론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서의 미지를 제고한다는 목표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최근 미국 1호차 전달을 시작으로 본격 판매에 들어갔으며, 현대차는 정부, 환경단체, 소비자 등 각계 각층을 위한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넥쏘의 상품성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코나 EV의 경우도 인플루언서 대상 시승 프로그램 운영,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등을 통해 스포티한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경쟁력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니로를 비롯해 옵티마 HEV 및 PHEV, 쏘울 EV 등을 앞세워 미국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해 온 기아차는 1분기 중 신형 쏘울 EV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며, 향후 니로 EV도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시장 안착 본격화 

올해 미국 시장 공략의 또 하나의 화두는 '제네시스'다. 지난 2015년 출범, 2016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제네시스는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시장에 출시된 G70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전문지로 손꼽히는 미국 모터트렌드 선정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시장으로부터 우수한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제네시스는 전용 딜러망 확충, 차종 확대공급 등을 통해 올해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판매 반등을 꾀한다.

그 동안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판매망을 공유해 왔던 제네시스는 올해 딜러망 분리를 위한 기반을 구축해 고객 접점 확대 및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강화한다.

앞서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브랜드 등록을 완료했으며, 추가로 올해는 딜러 선정, 딜러 라이선스 획득 등을 통해 1분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제네시스 전담 딜러망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부터 2019년형 G90(국내명 EQ900) 및 G80 공급, G70 출시 등을 통해 라인업 보강에 주력해 온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중 G90 신차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판매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파격적인 마케팅이라는 평가 속에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발렛 서비스를 지속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만의 차별화 된 경험을 전달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6년부터 진행해 온 미국 PGA(프로골프협회) 투어 '제네시스 오픈' 후원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 NFL(프로풋볼리그) 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