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 베이징을 경유해 워싱턴으로 향할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의전 문제를 포함해 의제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 성사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지난 주말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된 이후 성사됐다. 앞서 CNN은 15일 미 정부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지난 주말 사이 인편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 이번 친서는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인 가운데 보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영철 부위원장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 위원장의 답장 친서를 직접 전달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에 따라 의제 협상에서 진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김정은 친서’를 받아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향해 베이징을 떠나는 17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첫발을 떼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특별대표를 지난해 8월 23일(현지시간) 임명한 이후 좀처럼 열리지 않던 북미 간 실무급회담이 처음으로 성사된 것으로 여기서 북미 정상 간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가 어떻게 선정될지 주목된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가 각각 만나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조율에 나서는 만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속될 수 있는 의제 선정이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1일 신년사 발표 이후 8일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등 속도를 높이는 것에는 미국이 ‘핵리스트 신고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ICBM이나 IRBM(중거리 미사일)의 폐기 또는 그에 대한 생산라인의 폐기, 나아가 다른 핵단지들의 폐지 등을 통해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고 그에 대한 상응조치에 따라서 신뢰가 깊어지면 그때는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인 비핵화를 해나가고 이런 식의 프로세스들이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한미 간 조율이 끝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마침 폼페이오 장관이 13일 북한과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공개하면서 “미국민의 안전이 협상의 목표”라고 말해 미국이 사실상 ICBM부터 폐기하는 것을 협상 목표로 바꿨다는 관측을 낳았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선언한 ‘새로운 길’이 중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을 향한 메시지인 것이 분명하고, 한미 양국이 북한 달래기 식으로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 등 핵무력 확보 활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일단 북미 정상이 마주앉기로 한 만큼 북한의 ICBM 폐기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가 얼마나 현실성 있게 제시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본격적인 궤도에 올릴지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미관계를 포함해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를 좌우할 것이므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불확실성을 없애야 하는 과제가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 모호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구체적인 합의를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무게감을 감안한 듯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보도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공식 언급을 삼가고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15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협상이 될 고위급 및 실무급 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발표할 회담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일 백악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말한 이후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북미대화와 관련해 이상기류라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로 북미 간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실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전에도 실무 조율이 난관에 부딪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차례 회담 무산을 선언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상에서 의제 조율이 불발되고 2차 정상회담까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 간 전례없는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동의 목표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달성해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장관은 “북미협상이 이루어지면, 한미가 조율해온 비핵화 전략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비핵화 및 남북관계, 그리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있어 큰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5월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미국 국무부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