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 민정수석실이 17일 디지털 포렌식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권침해 논란 소지를 차단하겠다며 디지털 자료 요구 시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명시하고, 파기‧반출 등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업무 매뉴얼을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월14일자로 디지털 자료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논란 과정에서 문제가 된 휴대폰 등 주요 증거물에 대한 ‘임의 제출’ 방식의 조사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매뉴얼에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명시했다고 해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만큼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인권보호 등을 강조하면서 새롭게 발표된 매뉴얼을 들여다보면 첫째, 포렌식 조사 절차의 3대 기본 원칙으로 ‘인권보호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사전 동의의 원칙’을 명시했다.
조사자는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준수해야 하며, 자료 수집은 감찰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행하고, 제출 거부가 가능한 점을 알리고 제출 동의를 받아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포렌식 관련 자료의 수집‧분석‧관리‧반환 등 일련의 절차를 상세히 규정했다.
사전에 협의 내용과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 반환 날짜 등을 고지한 뒤 사용자‧소유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전체 저장매체를 조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파일을 선별해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해야 한다. 전산정보팀에서 자료 분석 및 결과를 통보해야 하고, 수집된 디지털 자료에 보안 및 누설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저장매체 원본을 제출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근무일자로 3일 이내에 반환해야 한다.
셋째, 제출받은 자료의 파기 및 외부기관 제공에 대한 요건과 절차도 명확히 했다.
감찰조사 결과 비위 혐의가 없거나 징계 등 관련 절차 완료 시 즉시 파기해야 한다. 또 외부기관에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는 조사 대상자의 원소속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와 감찰 대상인 비위 혐의와는 별도로 형사소송법 제234조(고발) 등에 해당하는 사항이 발견된 경우로 한정했다.
앞서 조국 수석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개정해 대통령비서실 공직감찰반 운영 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내용은 특별감찰반의 이름을 ‘감찰반’으로 하고, 그 중 고위공직자 등을 감찰하는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감찰반은 ‘공직감찰반’으로 이름을 정했다. 종래 검찰과 경찰로만 구성되던 공직감찰반을 감사원 등 조사권한을 보유한 여러 기관 출신으로 다양화했으며, 한 기관에서 파견된 인력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번에 추가로 낸 자료를 보면, 감찰반의 업무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비리 첩보를 알게 된 경우 수사‧감사가 필요한 사안은 관련 기관에 이첩토록 했으며, 이첩되고 수사의뢰된 이후에는 감찰반원이 그 진행 상황에 대해 일체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밖에 품위 유지와 정보거래 금지, 정보제공자 보호, 정치적 중립의무, 부당이득 수수 등 부정행위 원천 차단,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 금지 등을 명시했다.
감찰반원이 감찰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 또는 가등급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을 접촉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감찰반의 활동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내부 규율을 감찰하고 인사에 참고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와 관련한 범죄, 비위, 복무 동향 등을 대상으로 한다.
조 수석은 이날 “민정수석실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직감찰반의 구성, 업무수행 원칙과 범위 및 절차 등을 더욱 명확히 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엄정한 기강을 확립해 나가겠다”며 “설 명절 전에는 고위공직자 공직기강 점검 등 감찰반의 정상적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지난해 12월28일 감사원 출신인 박완기 감찰반장이 새로 선임된 이후 감사원, 국세청, 검찰청, 경찰청 소속 공무원들을 해당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아 면접과 인사검증을 진행하는 등 선발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