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의 최근 한 언론기고에 따르면, 21세기 이스라엘의 경제성장 비결을 연구한 '창업국가'라는 책에서는 전 세계를 주름잡는 유대인들의 '창의력 원천'을 '후츠파'라는 그들의 국민성에서 찾는다.
후츠파는 '뻔뻔한, 용기 있는, 오만한' 등의 의미다. 우리 말로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이 단어는 '다소 건방져 보일지 몰라도' 상대가 누구든 꺼리낌없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토론'을 하는 문화를 뜻한다.
유대인들은 '대화'와 토론을 하면 평소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저절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길러진다고 한다.
대표적 유대계 기업인 구글을 세계적인 '리딩 컴퍼니'로 키운 에릭 슈미트 전 회장은 "구글의 '성장동력'은 신기술이 아니라 직원들의 대화와 토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화와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질문이 있어야 대화가 시작되며,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용과 결과가 달라진다. 윗사람이 자기 생각만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미리 결론을 머릿속에 정해 놓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하는 질문으로는 대화와 토론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을 '좋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부모들도 자녀들을 질문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 한다. 유대인 어머니는 학교에 갔다 온 아이에게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지 않고,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느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이런 질문과 대화, 토론으로 이어지는 리더의 유형은 아시아 대륙의 반대쪽, 동양의 역사에서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나라를 세워 '천하통일'을 한 유방이다.
유방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입버릇처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라고 부하들에게 묻곤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유방의 최고 참모였던 장량은 이런 유방의 질문에 대해 항상 이렇게 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경청에 뛰어났던 유방은 이해력이 높았다.
막하 제일의 명장이던 한신은 어느 날 유방에게 이렇게 대놓고 물었다. 자신과 항우를 비교하면 어떻겠느냐고...이에 유방은 "나는 항왕(항우)와 비교를 할 수 없소"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고 전한다.
반면 항우는 한때 자신의 휘하에 있던 한신을 철저히 무시했고, 모사인 범증의 말도 듣지 않았다.
유라시아대륙의 절반을 정복하고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 칭기츠칸이나, 우리나라 역사에서 후삼국을 통일하고 지금 한민족의 기틀을 확립한 고려 태조 왕건 역시 유방 같은 경청의 리더십을 소유한 지도자들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경제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경제인들과의 '각본 없고, 격의 없는' 대화와 '소통' 노력이 눈에 띈다. 특히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기업인들과 같이 산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행보들이 '구두선'으로 끝나선 안된다.
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한 수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듣고 알게된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기고 '행동'하는 것이 필수다.
그래야 이 나라와 경제가 산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