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수요 증가에 힘입은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IMO는 앞서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제 시행을 예고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5%(일일 500만배럴) 가량이 선박 연료로 쓰이고 있으며, 이 중 고유황유를 사용하는 선박의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IMO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는 저유황유 사용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 및 탈황설비(스크러버) 장착이 있다. 그러나 스크러버는 장착기간 동안 선박이 운항하지 못하고 노후 선박의 경우 큰 이익을 보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며, LNG선 역시 건조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오는 2020년 국적선 1350척이 1121만톤의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등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저유황유 생산설비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울산공장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건설에 1조원 가량을 투자했으며, 최근 조경목 사장이 직접 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유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이 설비는 2020년 완공 예정으로, 예상 일일 생산량은 3만8000배럴이다.
에쓰오일은 울산공장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 및 올렉스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구축에 국내 단일 플랜트 공사 기준 최대 규모인 4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에쓰오일은 현재 12% 수준인 중질유 비중을 4%로 줄이고, 저유황유를 비롯한 석유화학 원료 생산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역시 27만40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2400억원을 들여 솔벤트 디-아스팔팅(SDA) 공정을 완공하면서 업계 최초 고도화율 40%를 달성한 현대오일뱅크는 경질유와 윤활기유 및 석유화학 제품 원료 등 이 공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통한 실적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유가·정제마진 급락의 영향으로 정유사 실적이 급감했다./사진=한국석유공사
한편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 총 90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는 우선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이 꼽힌다. 비싸게 산 원유의 가치가 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두달 만에 50달러 선 밑으로 주저앉았으며,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4일 배럴당 84.4달러에서 같은해 12월26일 49.5달러까지 폭락한 바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동안 정제설비 가동이 늘어나는 등 수급상황이 변하면서 정제마진도 감소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7달러에서 3분기 평균 6.1달러에 이어 4분기 4.3달러까지 하락했다.
특히 12월에는 배럴당 2.9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 대비 1.6달러 가량 낮게 형성된 것이다. 또한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휘발유 가격 상승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은 지난 15일 기준 2.7달러로 더욱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치인 6.6%를 기록하고 유로존 성장률이 당초 1%대 후반에서 1%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세계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저유황유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