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금융권의 전망이 우울하다. 금융산업의 이익 효자였던 은행업은 규제 정책에 따라 대출 영업에 제한이 걸렸고, 금융업 진입 규제가 대폭 완화돼 금융사 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 십년 간 유지해왔던 영업 관행이 어려워지자 올해 5대 금융지주 운용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경영 과제에 전면 도입한 상태다. 가계대출 영업 전략을 기업금융 확대로 바꾸고 비은행 부문의 자산 비중을 끌어올려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미디어펜은 '리밸런싱 2019'를 통해 금융사들이 위기 속에서 찾은 대안과 그동안의 한계점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KB금융그룹은 최근 몇년간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을 고려해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20일 KB금융의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2014년 말 43.2%를 차지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3분기 기준 전체 대출 자산의 45.5%를 기록했다.
기존 가계대출 중심의 여신구조에서 탈피하고자 균형감 있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 기업 대출 부문의 연 평균 성장세가 8.4%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 원화대출 성장률에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8.9%의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도 6%의 고른 성장률을 보였다.
이같은 성장률과 달리 국민은행은 올해 대출 자산 목표 성장률을 전년(8%)보다 낮춘 6%로 책정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최악의 고용 한파와 투자 부진, 부동산 대책에 따른 가계대출 규제 등이 잇따라 하향 조정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문별로는 가계대출에 대해선 시장 전망치인 5%를 하회하는 4% 수준을 목표로 정했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 생산적 금융 확대에 부응하고자 기업대출은 7~8%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경기 불황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한 업종이라 건전성 위주로 대출 전략을 취할 예정이다. 연체율 상승과 같은 부실 리스크(위험)로 이어질 수 있어 대출 취급 때부터 우량 차주를 최대한 선별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BBB- 이상의 우량등급 차주에 대한 여신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BBB- 이상의 여신 비중은 2014년 말 55.4%에서 지난해 9월말 76.6%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전략이지만, 몇몇 우량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회피하는 전략이라 생산적 금융 확대 취지와 엇나간다는 지적도 있다.
2등과의 좁혀지는 격차…역전 가능성에 M&A 시급
KB금융은 지난해 신한금융으로부터 가까스로 '리딩금융'을 탈환했는데 연초부터 역전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증권업계가 발표한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살펴보면 KB금융의 실적은 신한금융을 밑도는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퇴직, 노사간 임금 및 단체 협약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이 예정돼 있고, KB손해보험의 실적 부진이 겹쳐 이익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이후 직원들에게 2등과의 격차를 30%까지 늘릴 것을 주문했는데 신한금융이 최근 대형 인수합병(M&A)를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자산 부문에서는 이미 2위권으로 밀려났다.
신한금융은 최근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규모가 491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KB금융의 자산은 478조를 기록했다.
KB금융의 경우 2016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과 KB증권(옛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한 바 있어 재역전을 위해 추가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M&A 외에 당장 급한 과제는 글로벌 수익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 시 은행권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해외 사업 누적 순익 규모는 59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아 추가 진출이 시급하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은 2975억원, 신한은행은 2400억원, 우리은행 145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KB금융은 올해부터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향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성장 잠재력이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부문 영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