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현재의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로 금리 인하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회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이전보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보이면서 국내도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국내의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금리 인하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리와의 일문일답.
Q. 지난해 11월 금통위 당시 경기 하강 국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지난번 기자간담회 때 하강 국면이라고 하는 용어는 사용하기가 조심스러운 측면 있다고 말했었다. 경기 정점이 정해지고 나서 그 이후에야 하강 국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경기정점이나 저점이라고 하는 것은 각종 경기지표를 나타내기 위해서 종합적인 검토,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 여러 절차 걸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통계청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을 내고 있지 않다.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는 징후를 나타내고 있어 국내 경제 또한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우려하듯 급속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본다. 다만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재로선 면밀히 지켜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반도체 수출 감소가 현실화 되면서 부정적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의견으로는 하반기가 되면 반도체 수요가 회복하면서 수출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선 전문기관의 전망을 토대로 파악한다. 현재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일시적 국면일 것이라고 본다. 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는데 수요처에서 전략적으로 구매를 지연 한다거나 또는 PC생산이 감소한 영향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됐고 그런 점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해서 소위 반도체가 회복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혹시 모를 변수를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
Q. 경제 성장률과 물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했다. 성장이 잠재수준으로 유지가 된다해도 물가가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통화정책이 완화될 수 있는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적이라고 판단 중이다. 그래서 더 완화적으로 하기엔 무리지 않나 싶다. 또 글로벌 성장 둔화 추세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물가전망치 하향 조정은 국제 유가 하락, 즉 공급적 요인, 정부의 복지 정책 강화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현재는 1% 초반까지 내려갔지만 하반기에는 중반 선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연말부터 반도체 가격 조정으로 수출 둔화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80개월 넘게 지속돼 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지난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높아졌고 이후 신흥국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있어서 안정적이었다고 그런 평가가 나왔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은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겠다. 이러한 하락 추세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분명히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가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국제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 하락했는데 이 점은 또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하는 그런 요인이 될 수 있겠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올해 우리경제는 비교적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도하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 중이다.
Q. 최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시지가 현실화에 의지를 보이면서 부동산 규제가 추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 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데.
주택가격이 소비 자산에 미치는 변동 효과는 과거보다 작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효과가 적은 고령층의 주택 소유 비중이 확대되고 자산 효과가 큰 중·장년층의 비중이 축소된 데 따른 영향이다. 또한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은 무주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기 떄문에 그것은 또 소비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물론 주택가격이 단기간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 소비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주택가격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또 주택가격을 금융안정 측면과 결부해보면 주택가격이 안정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그런 측면도 있을 거라 본다.
Q. 수익률 곡선과 관련해 묻겠다. 국고채 발행이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연 후반 들어가면서 수급적 요인으로 수익률 곡선이 계속 줄어드는 영향 있었는데, 올해같은 경우는 발행이 다시 늘어났음에도 수익률 곡선이 계속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장단기금리차를 관심있게 보는 지표라고 말했었는데, 기준금리 인상했음에도 수익률 곡선이 인상되는 것은 어떤 요인이라고 보는지. 또 현 상황에서의 수익률 곡선이 적절한지.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에 장단기금리차가 좁혀진 적 있다. 그것은 그동안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우선적으로 반영한 장기 시장 금리 일부가 되돌려진 측면이 있다. 또 지난해 12월 중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한 양상 보이면서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Q. 최근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유출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서 일부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소수의견 유출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우려가 많았던 만큼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것 아닌지.
업무관련 비밀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현재로선 통화정책결정 관련 내용이 사전에 유출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의혹이 제기되어 있는 만큼 조직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지겠다.
Q. 금융당국이 코픽스 금리 개선 방식을 바꾸면서 오는 7월부터 코픽스 금리가 0.2~0.3%포인트 하락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한 게 상쇄되는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 한국 통화정책과의 미스 매치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총재의 입장은?
새로운 코픽스는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고 이에 연동해서 신규 취급되는 대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가계대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표 금리 하락에 따른 은행의 대응, 그리고 잔액기준 코픽스의 활용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로선 지난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약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가계대출 잔액 기준 코픽스 비중은 10% 수준으로 낮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픽스 산정 개선 방안을 기관과의 미스매치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겠다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번 조정은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한 것으로 이해 중이다.
Q. 지난해 성장률 발표하면서 국민 소득 1인당 3만 달러 넘어섰다고 같이 발표했었다. 양극화 문제 등이 제기된다.
체감경기와 실물경기지표 괴리가 있는 것은 물가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경제지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체감 경기를 높이는 것은 물론 대단히 중요하지만 성장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용노동성이다.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그에 따라 임금도 개선되고 하면 결국 체감경기는 개인 입장에서 볼 때 소득이 증가한다, 그런 점에서는 뭐니뭐니해도 고용증대가 확실한 경제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보고 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