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성길(48)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 초 제3국으로 망명 신청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지금까지 행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조성길의 아들이 북송됐다는 전언이 나왔다.
25일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대사관에 근무할 때 함께 생활했던 가족은 부인 이광순 씨와 아들 조모 씨였고 조 대사 부부만 잠적한 가운데 대사관에 남아 있던 아들은 북한으로 송환됐다.
조성길의 잠적 소식이 처음 전해진 올해 1월 3일 정부 당국자도 잠적한 인물이 조성길 전 대사대리 부부라고 확인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조성길의 아들의 행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정부 당국자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조성길 부부의 잠적이 알려지면서 북한에서 요원들이 급파됐고, 이들이 한동안 조성길 부부의 행방을 좇았으나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던 조성길의 아들을 북한으로 데리고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외에서 외교관이 잠적하거나 대사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위부 해외반탐국 요원과 외무성 검열국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파견한다. 대사관이 있는 나라에 북한의 합동조사단이 파견되면 이들에게 체포권한도 부여된다.
또한 이 소식통은 조성길 부부의 잠적이 계획된 망명이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었다고 전했다.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송환 통보를 받은 조성길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돌발적으로 대사관을 나가게 됐고, 부인 이 씨가 남편을 데려오기 위해 따라 나섰지만 부부가 모두 대사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조성길 부부의 자녀는 이탈리아에서 함께 지내던 아들 외에도 본국에 한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대개 외교관을 파견할 때 자녀 중 일부는 본국에 남겨두고 일부만 데리고 해외에 나갈 수 있게 허가해왔다.
한편, 조성길 부부의 잠적 이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최근까지 “조성길 부부가 한국으로 와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조 대사대리를 적극 데려오고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대사대리의 근황에 대해 외국과 탈북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탈북할 경우 우리 국민이 되야 한다”며 “이 정부는 이 규정을 가지고도 이 규정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1일에는 조성길 부부가 이탈리아에 망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1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정부에는 망명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성길 부부가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미 영국이나 미국으로 건너갔을 가능성, 유럽 북부지역에 갔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등 그의 행선지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조성길 부부마저 북한으로 송환됐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8년 11월 부인과 함께 잠적했다. 사진은 조 대사대리가 작년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문화행사에 참석해 이탈리아 인사들과 함께한 모습./로마 APㆍ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