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노동정책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만, 민노총이 청와대에 제기한 요구사항 때문에 사회적대화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노총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면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반대·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전교조 합법화·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광주형 일자리 철회·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양대노총 위원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경사노위라는 틀이 마련되어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이 요구사항을 바로잡지 않고 들어오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응수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에서 "촛불항쟁 계승자임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방향을 바꾸려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믿지도, 의지하지도 않는다. 올해 우리는 기꺼이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유포하는 정부와 관련 제도를 개악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단호히 투쟁하겠다"며 "탄력근로제 개악 시도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모순을 폭로하는 계기로 바꿔내겠다"고 덧붙였다.
경제계에서는 민노총의 7가지 요구사항을 사실상의 '몸값 올리기'로 보고 있다.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로 인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사노위에서조차도 "민노총이 참여해 강경한 요구사항을 거듭 내세울 경우 사측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노총은 앞서 지난달 8일 홈페이지에 올해 총 4번 총파업하겠다는 내용의 2019년 사업계획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민노총은 사업계획 초안에서 올해 2월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시작으로 4월 ILO 협약 비준, 6월 최저임금 1만원, 11월 촛불집회 3주년 기념 등 여러 명분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면담에 앞서 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관건은 지난해 11월22일 공식 출범한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및 ILO 핵심협약 비준 등 난제를 놓고 대립각이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양대지침을 폐기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지만, 일각에서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양대노총은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카풀 금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민노총이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선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위반 및 처벌 유예기간과 관련해 보완책으로 마련된 방안이다.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한 ILO 핵심협약 비준의 경우,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보다 더 까다롭다.
경사노위측 공익위원안이 사측 요구안을 담지 않아 노동계 입장에 쏠렸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안은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비롯해 해고된 실업자의 노조 가입, 5급 이상 공무원·소방관·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 현행 노조설립신고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LO 협약 비준 등 개혁입법(?)이 실패하면 총력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민노총의 지나친 요구가 끝을 모를 지경이다.
사측은 민노총의 요구를 그대로 맞출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니다. 성장과 수익, 생산성 향상 없는 노조의 끝은 폐업과 실직뿐이다.
민노총이 연초부터 총파업 횟수와 시기까지 못 박으며 조합원 동참을 호소하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여러 난제에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