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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업 주주권 행사' 강행하나…수탁위 회의 왜 또?

2019-01-28 19:37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민연금이 연금 사회주의 논란, 기업 경영 간섭, 사모펀드 간접 지원 문제 등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밀어 붙일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기금위는 금융위원회에 ‘10%룰(단기매매차익 반환)’ 예외 적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질의한 바 있다.

또 오는 29일 당초 계획되지 않았던 비공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가 다시 한 번 열릴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여부와 범위 등을 가늠하기 위해 만든 전문가 위원회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자료사진=연합뉴스



계획 없던 수탁위 왜 또?…회의 결과 뒤집나

수탁위 회의를 다시 여는 것은 사실상 지난 23일 대한항공,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았던 회의 결과를 뒤집으려는 것이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행하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1차 수탁위 회의에서는 대한항공 대상 9명 중 7명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대했다. 또 한진칼 대상 9명 중 5명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반대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금위의 유권해석 요구 및 비공개 수탁위 회의 재개최는 오는 1일 열릴 기금위의 ‘뒤집기’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적극 행사’ 발언에 코드를 맞추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수탁위가 비공개로 열려 정부와 국민연금이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민간(수탁위 위원들)에 책임을 넘기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관계자는 “이미 지난 정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당시의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구속되거나 징계를 받은 사례를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기업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라는 시각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할 경우, 6개월 이내의 주식 매매 단기차익을 반납해야 한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수탁위 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식을 통해 얻은 단기 매매차익은 △2016년 123억 원 △2017년 297억 원 △2018년 49억 원 등 총 469억 원이다. 

국민연금이 그 기간 동안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했다면 3년간 손실이 469억에 달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기본 목적 무시하는 처사

국민연금의 기본 목적은 국민 노후 보장과 이를 위한 수익률 극대화다. 때문에 적극적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의지 표명은 이 같은 국민연금의 기본 목적을 무시하는 셈이다.

더욱이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을 통해 국민연금에게 10%룰을 예외적용하게 될 경우 발생하게 될 후폭풍 또한 문제다. 정상적인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해석이라는 ‘꼼수’를 통해 예외 규정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 예외 적용을 함께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 수익율 제고가 아닌 단기 투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된다.

또 단기 투자 촉진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서는 기본 원칙으로 ‘장기적 주주가치 증대’ 및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거듭 강조돼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하고 수익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적극적 주주권이 필요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법에는 기존 사외이사 해임, 신규 사외이사 추천 등의 방법이 있다. 

다만 기존 사외이사 해임의 경우 상법상 이사회에서 거부할 수 있고, 주총에 안건이 상정돼도 특별결의인만큼 표 대결에서 승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규 사외이사 추천 또한 당장 사외이사로 추천할 만한 인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으로 남는다.

연금 사회주의 웬말?…국민연금 움직임에 여론 싸늘

이 같은 정부와 국민연금의 아전인수격 움직임에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국민 세금인만큼 국민이 주주여야 한다”, “국가에서 사기업 경영 참여는 연금 사회주의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연금손해가 천문학적인데, 기업 경영에 신경써서 되겠느냐”등 비판 일색이다. 

국민이 노후를 위해 맡긴 돈이자 공적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돈을 이용해 오히려 수익율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올해 첫 기금위를 주재하면서 “수탁위를 통해 주주권 행사에 따른 장단기 변동 가능성을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어 기금위에 제출토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발언 코드에 맞추려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및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명확히 규정된 10%룰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이율배반적이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 노후를 위해 장기적 주주가치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라는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를 지키는 방향의 결정이 내려져야한다”며 “공정하고 정의로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번 정부의 외침이, 자의적인 유권 해석을 내림으로써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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