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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우려 낳은 CPTPP 늑장 대응…자유무역 설파도 무색

2019-01-30 16:18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청와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본·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CPTPP는 세계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한다.

30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4일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 등 10개 부처 국장급 담당자들을 모아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는 지난 19일 CPTPP 각료회의가 신규회원국 가입절차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첫번째 회의로, 협정에 추가로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는 CPTPP 전 회원국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후 회원국들간 합의가 이뤄지면 작업반을 설치, 가입 절차를 개시하고 가입 조건 관련 합의가 성사되면 참여 신청 후 60일 뒤에 회원 자격이 부여된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신규 참여 희망국에 대해 CPTPP 규범 수용 및 상품·투자·용역·금융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시장접근 허용 의무를 부과, 사실상 진입장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5년 10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 무역·통상 장관들이 협상을 마치고 핵심쟁점들을 일괄 타결했다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30일 협정 발효를 전후로 불거졌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경제블록은 경제적 협력관계 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트너십의 특성도 갖고 있어 통상 외부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

이에 따라 영국·인도네시아·대만 등이 협정 가입을 희망한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전했으며, 한국도 협정에 서둘러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왔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해 하반기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사를 드러냈으나, 부처간 견해차이로 결정이 미뤄지는 동안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협정이 발효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기재부와 외교부 등은 3년차에 접어든 신남방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입을 피할 수 없다면 조기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유로 협정 가입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개요./자료=한국무역협회



반면 산업부·농식품부·해수부 등은 대일본 적자 확대 등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CPTPP의 '규범'이 공기업을 통한 수출입 비중이 적지 않은 국내 산업의 특성상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정부가 표방해온 '자유무역의 확대'와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업계 간담회와 신년 인사회 및 브리핑 등을 통해 보호무역의 해소를 위한 국제공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정작 국내 산업은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당시에도 국내 산업에 대한 걱정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미국이 개정을 요구할 만큼 한국 측에 이득이 됐다"며 "메르코수르 국가와는 무역협정(TA)을 맺어놓고 멕시코를 FTA 영토에 포함시킬 수 있는 CPTPP 가입이 미뤄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협정 참여에 따른 손익 계산이 나온 후에 행동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국제관계와 경제흐름은 동태적"이라면서 "가입국이 많아질수록 우리에게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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