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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업 경영권 개입은 '관치'…탈정치·재정건전화 확보가 우선"

2019-01-30 15:26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활용해 기업경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나친 개입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기업의 존망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가넷홀에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개입: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은 그 필요성과 한계를 감안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관투자자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를 점유하고 있다. 또 5% 이상의 보유지분을 가진 상장 기업이 약 300개,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90여개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한 주식을 갖고 있는 만큼 기업 경영에 대한 참여 역시 필연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대한항공 총수의 이른바 ‘물컵 사건’으로 국민연금의 기업 주주권 행사 논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반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지급될 돈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개입하고, 개별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엄연한 ‘관치’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수영 선진재단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논란은 정부만능주의 논쟁과도 관련이 있다”며 “국가, 정부, 공공부분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이끌어갈 만큼 유능하고 투명하지도 않은 현실이 감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선진재단 경제선진화연구회장)도 “국민연금에 위임된 수탁자책임은 수탁자의 행사하는 권한이 아니라 국민에게 약속하는 의무”라며 “현재 정부가 기업의 경영권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가넷홀에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개입: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재식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사진=미디어펜


이어 “국민연금 성격 상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라며 “국민으로부터 경영권 개입을 위임받지 않았고,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을 시작으로 2014년 일본 등 여러 국가로 확산됐으나, 피투자기업의 경영과 주주의 장기적 수익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실증적 증거가 없다”며 “비관적 견해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극히 복잡한 시장 환경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선의로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탈정치와 재정건전화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재식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기업경영에 관심을 갖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라며 “자칫 잘못하면 거대 연금의 ‘대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경영간섭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현 정부의 개입주의 기조를 잘 나타내주는 행보”라며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지배하려 한다면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해 대상 기업의 가치가 추락한다고 해도 가입자들이 가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더라도 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진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양준모 교수와 주진열 교수가 발제자로, 최재식 교수와 신도철 교수, 권재열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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