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면세점 10층 멤버십데스크에 수많은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면세점) 현재 대기 315명입니다. 저는 10시 30분에 왔는데 아직 대기 200명입니다."
"대기 258명 찍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인데도 이러면 오후에는 장난 아닐 듯합니다. 3만원만 받으실 분들은 빨리 오시고 시간 괜찮으시면 평일 추천합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회원들의 글들 일부이다. 서울 삼성동 현대면세점이 지난 2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선불카드 3만원을 조건 없이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현대면세점이 오픈 이후 이처럼 내국인 대상 대규모 프로모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회원 및 기존회원들에게 조건 없이 3만원을 당일 사용 조건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과 경쟁하고 설 연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행사에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현대면세점 측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며, 몇 시간을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고객들의 불만도 커진 상황이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때문인지 매장에서 큰소리를 치는 고객들은 없었다. 다만 기다리는 고객들의 표정에는 "선불권 쓰고 두 번 다시 현대면세점에 오나 봐라"라는 각오가 역력했다.
현대면세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고 직원분들은 총 6명 정도 됐는데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렸다"라며 "온라인 면세점 쪽도 오류가 있었고 직원들도 대부분 중국인이라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어 이제 다시는 현대면세점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지난 29일 오후 4시경에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인원이 10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여타 면세점의 경우 대기 인원이 많으면 직원들을 충원해서 최대한 대기 인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현대면세점에서는 그런 노력이 잘 보이지 않았다.
29일 오후 5시 현대백화점면세점 멤버십 데스크에 대기고객만 140명을 넘어섰다./사진=미디어펜
번호 진행 속도도 느렸고 직원들의 업무 속도도 신속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일 많이 한다고 월급 더 주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마인드로 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대면세점 측도 선불권을 많이 지급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멤버십 데스크 직원을 늘리지 않았다. 단지 "고객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지 몰랐다"라고 현장 직원들은 해명했다.
오후 5시경 대기자 수는 점점 늘어나 140명을 넘어섰다. 선불권은 당일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저녁 7시에 선불권 행사를 마감했다. 6시경 현대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당일 받아서 사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거기다 SK텔레콤과 시럽 등 고객 대상 1만원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어 현대면세점 멤버십 데스크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특히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한 몇몇 직원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 물어보기도 했다. 업무 처리 속도도 느린데 전산이 마비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사 측은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텐데 직원 충원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업무 처리가 빠르면 선불권이 많이 나가서 그런 것인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소재의 1만원 선불권을 제공했다./사진=미디어펜
또 현대백화점그룹은 설 선물세트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는 등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당일 사용하고 버려지는 1만원 선불권을 모두 일회용 카드로 제작했다.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 것이다. 재활용을 할 수도 없고 사용하고 나면 그냥 버려야 한다.
고객 아이디에 온라인으로 금액만큼 넣어주면 되는데, 그런 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지 않은 듯했다.
이런 프로모션 행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사도 손해가 크고 장기적으로 고객들도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행사를 준비했으면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행사장을 찾은 한 고객은 SNS에 "현대면세점 관계자분들 정말 이렇게 행사하시지 마세요. 돈만 쓰고 고객을 잃는 지름길"이라고 적어놨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