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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상가' 늘어나는 수도권 신도시…'할인분양·폐업' 속출

2019-02-02 10:36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지난 31일 다산신도시의 도농역 인근 한 상가 1층이 미입점 상태로 방치돼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 상가들은 5~10% '할인 분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최근 몇 년간 주택경기가 활기를 띈 틈을 타 비싼 값에 분양됐던 신도시 내 근린상가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이 '유령상가'처럼 텅텅 비어가고 있다. 상가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맞추려 임대료를 높이는 추세지만 임차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아파트 입주가 대부분 완료돼 7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지난 31일 기자가 둘러본 이 지역에는 ‘유령상가’가 넘쳐났다. 남양주시는 최근 3기 신도시 지정, 제2북부 테크노밸리 개발 등 자족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중심 상가들은 입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습이었고 2~3년 전 입주를 시작해 나름 상권을 구축해 놓은 곳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있었다.

다산신도시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 상가들은 5~10% '할인 분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산신도시 상가는 1월 말 현재 대부분 3.3㎡당 4000만~5000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개발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어지면서 미분양이 늘고 있다”며 “최근 상가 분양을 할때 2000만원씩 싸게 내놔도 찾는 사람들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선 도농역과 가깝고 2022년 개통 예정인 별내선 영향으로 인기리에 분양됐던 다산 블루웨일 상가 1차는 현재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제외한 1층이 대부분 미입점 상태다. 단지 1~2층에 조성될 스트리트몰 형태의 상가 60여호실 중 공실률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1일 다산신도시의 한 상가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다. 이 곳은 2~3년 전 입주를 시작해 나름 상권을 구축해 놓은 곳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있었다./사진=미디어펜



신도시 상권의 위기는 다산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상가들 중에는 공실이 늘면서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도 등장했다. 분양가가 비싸다보니 임대료도 높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위례신도시 상가의 분양가격(중심상가)은 3.3㎡당 평균 4000만~5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중심상권인 트랜짓몰 부근 상가에는 벌써 1억원의 프리미엄도 붙었다. 이 곳 중심부에 있는 중앙광장 주변 상가 1층의 임대료는 전용 33㎡ 기준 보증금 1억~1억5000만원, 월세 350만원 이상이다. 

한화오벨리스크 상가의 경우 광장 안쪽 점포들은 임대를 맞추지 못해 공실이 수두룩하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은 했어도 임대를 맞추지 못해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주변이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최근 수개월 새 몇몇 곳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장사를 접고 나간 곳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상업지역도 현재 비어있는 상가가 적지 않다. 기자가 해당 지구를 찾은 지난 28일 한 중대형 상가에서 2층 공실에 '임대 문의'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일대 상가 분양가는 3.3㎡당 5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상권이 활성화된 중앙상가를 제외하고 남쪽 근린상가 등은 준공이 돼도 임대가 나가지 못해 비어있는 곳이 다수 관찰된다. 

오는 7월 미사역 개통이 1년 여 동안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도 짙어졌다. 미사지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싼 매물도 안 팔리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미사역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1년 더 미뤄지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더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330㎡ 이상) 공실률은 10.8%를 기록했다. 이는 감정원이 지난 2013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인천 지역 상가 공실률은 4.5%에서 5.1%로 0.6%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는 여전히 전년 동기(7%)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 입주가 더디면 상권 활성화는 더욱 늦어지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연 리스크”라며 “9만가구가 입주한 위례신도시는 현재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싼 분양권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입주 물량을 처리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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