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삼현 숭실대 교수 |
다음은 전삼현 숭실대 교수의 패널토론문 전문이다.[편집자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가계부문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내유보금의 과세방안을 제시했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안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취지는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해서 가계들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이익잉여금/총자산)이 2001년 4.6%에 불과했지만 2002년 11.9%로 급증한 뒤 현재는 20%대에 올라서 있으며,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포스코 GS 등 국내 10대그룹(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은 2013년 6월 말 기준 477조원에 이를 정도로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하여 2가지 관점에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내유보금이란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으로 통장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유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내유보금이 많은 대기업들 대부분의 발행주식 중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40%대를 초과한다는 점에서 내수진작 효과보다는 국부의 해외유출 정도가 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내유보금이란 상법상 준비금을 말한다. 준비금에는 법정준비금이 있고 임의 준비금이 있는데, 법정준비금은 법에 따라 무조건 사내유보시켜야 한다. 이에는 이익준비금(상법 제458조)이 있고 자본준비금 (상법 제459조)이 있는데, 특히 액면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신주를 발행한 회사의 경우에는 발행가와 액면가 차액 모두가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법이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법정준비금은 자본의 결손을 전보하는 것 이외에는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다(상법 제460조). 따라서 국내 대기업들, 특히 국내10대그룹의 경우 증자를 한 대기업 모두는 자본상 이익을 모두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위의 477조 원 중에는 상당부분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묶여 있는 자금일 수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조원의 이익을 낸 기업들의 경우에는 무조건 이익의 10분의 1씩 자본금에 2분의 1일에 달할 때까지 적립해야 하므로 위의 477조원에는 이러나 이익준비금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처분이 불가할 수 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을 밝혀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중 삼중의 과세인데다, 기업의 투자를 되레 위축시키고, 재무구조 악화와 주가하락, 외국인보유비중이 많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부의 국부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득보다 실이 큰 방안이라는 것이다. |
법정 준비금 이외에도 상법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결의하여 정한 임의준비금들이 있다. 이러한 임의준비금의 경우 각 목적사업별 적립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임의준비금 역시 그 목적사업 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어 주주총회의 결의 없이는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러한 임의준비금의 경우 그 목적에 따라 유무형의 자산 형태로 연구개발비에 투자되어 무형의 지적재산으로 존재하거나 공장설비, 부동산, 장기펀드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수 전문가들이 사내유보금 중 80%는 이미 투자되어 있고, 현금성 사내유보금은 20% 불과하다는 분석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20%의 현금성 사내유보금 중 상당부분은 법정준비금일 확률이 매우 높다.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하여 사내유보금을 투자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큰 오류를 범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CEO들은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미래보다는 개인의 영달 (임기연장 등)을 위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점차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진정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능한 배당을 적게 하고 이익의 상당부분을 기업의 미래를 위하여 임의준비금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부상으로 존재하는 유무형의 투자자산인 사내유보금(임의준비금)과 회사의 재정건전성확보를 위하여 법으로 적립하도록 강제한 사내유보금(법정준비금)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은 3중과세에 해당한다. 주주입장에서 볼 때에는 이익잉여금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주주가 받을 배당이 감소한다. 이는 1차적인 세부담을 한 것이다. 이익배당금액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하는 2차 세부담도 있다.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동의하여 회사의 미래를 위하여 투자한 유무형의 자산에 대하여 법인세를 또 부과한다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 입장에서 볼 때에는 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과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3차과세가 되는 것이다.
이미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과한 바 있으나, 그 실효성이 없어 폐지한 바 있다. 즉, 부자인 대주주 몇몇에게 부과하는 것도 이중과세 논란과 실효성 문제로 폐지하였던 것이다. 전국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상장사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주식을 소유한 모든 국민을 상대로 3차과세를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주주들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찬성할 수 있다. 즉, 정부가 생각하는 내수진작을 위하여 이익배당을 많이 해주기를 바라는 주주가 많은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영속성유지와 성장을 위해 위험관리차원에서 임의준비금을 적립하도록 주주총회에서 동의한 주주들 입장에서 볼 때에는 과도한 과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주주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 서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인 지분율이 높으면서 사내유보금이 많은 대기업들의 경우 이익배당을 증가시키면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많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가장 큰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경우 2014년 7월 11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50.87%에 달한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우려들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3차과세를 한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내유보금이 많아 법인세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주주들에게는 배당소득에 대한 감세혜택을 준다거나, 법인세 감액을 해주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3중 과세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배당률을 제고하는 경우 국부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부의 대안도 제시되어야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