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
좌회장은 대기업괘씸죄 인식에서 벗어나, 수출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로 가져와서 중소기업을 키우고, 내수도 활성화시키는 개발연대의 성공방정식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좌회장은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고, 이를 막고 있는 제도적, 정책적 규제나 국민정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좌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제조대기업들의 국내투자를 막고 있는 대기업투자규제나 수도권투자규제, 기득권 노조문제 개혁 등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성장이 촉진되고, 동반성장, 일자리창출 내수회복등도 소기의 목적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좌승회장의 패널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한국은 개발연대(1960-1990)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과 가장 양호한 동반성장을 달성한 모범국가이다. 특히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고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세계의 모범성장모델을 만들어냈다.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개선되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성장잠재력이 하락함과 동시에 동반성장 메커니즘도 사라져, 오늘날 각종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저성장속에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수출과 내수의 동반성장고리가 사라지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자리 창출능력도 급속히 하락하여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부족문제는 나아가 가계소득증가의 정체, 소득 양극화, 가계 부채, 결혼기피, 저출산 문제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최경한 경제부총리가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내수부진의 원인진단과 처방이 잘못한 것이다. 내수를 살리려면 수도권규제와 진입업종제한 규제, 기업규모별 규제 등 경제민주화와 평등주의 정책을 혁파해야 한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이 중기적합업종을 발표하고 있다. |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징은 수출주도하의 수출제조대기업과 이에 부품 및 자본재를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간의 연계를 그 기본을 한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사실상 대기업으로부터의 수요 없이는,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독자 생존이 어려운 구조이다. 아직 독자적 수출기업화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조립 대기업이 생기면서 부품중소기업이 생겨 하나의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온 구조이다.
물론 국내 내수중심의 중소기업들이 있으나 크게 보면 이들도 전체 내수활성화 없이 잘될 길은 없다. 따라서 문제는 수출과 내수간의 연계 동반성장이 문제해결의 열쇠이다.
개발연대에는 수출제조대기업들이 수출 수익을 국내 투자로 환원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따라서 수출육성지원으로 수출이 늘면 당연히 국내투자가 늘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부문이 활성화되고 국내 일자리가 늘고 이에 따라 전 내수부문이 활성화되는 구조를 유지하였다.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가 결국 국내투자를 살리고 관련 중소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유발수요증대로 서비스업을 살리고 결국 전체 내수를 살리는 길이 되었다. 이런 동반성장의 선순환 고리는 수출 대기업의 수출수익이 자유롭게 국내 투자로 환원되었던 데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한국경제에는 소위 균형발전이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미명하에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지방을 위한다고 대기업들의 수도권 투자활동을 규제하고, 약자를 도운다고 노조를 무소불위의 기득권노조로 키우는 등 국내 투자환경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켜왔다. 오늘날 한국의 수출제조대기업들은 과거처럼 수출수익을 마음껏 국내 투자로 환원시키는데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물론 소극적 내수투자에는 정부의 국내 투자규제가 기존 대기업들을 독점화시켜 경쟁압력을 차단시킴으로써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보신주의적 소극적 기업가생태계가 형성된 데에도 원인이 없지 않다. 경쟁이 없으면 새로운 투자도 없는 법이다. 정부가 바로 대기업 경제력집중규제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이런 분위기를 조장해 온 셈이다.
정부는 여전히 수출을 늘린다고 원화저평가정책까지 동원하여 심지어 내수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수출을 지원해놓고, 막상 그 수익을 내수투자로 환원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 명분으로 규제하고 있어 사실상 이중으로 내수를 죽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즉 내수를 희생하면서 수출을 늘려놓고 그 수익은 해외로 나가게 등을 떠밀고 있으니 그 동안 근 20여년 이상을 우리 정부는 내수 죽이는 정책을 해온 셈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어렵게 하고 좋은 일자리를 해외에 팔아 청년들을 어렵게 하고, 내수서비스업 어렵게 하는 정책을 하면서 균형발전하고 경제민주화 하니 모두 다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감언이설을 해온 것이 한국의 정치권이 주도해온 경제정책의 정치화과정이었다.
이제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부문이 흑자부문이 되고 소득 없이 지출해야 되는 가계부부문이 적자부문이 되어, 이미 일본이 거의 20년 전부터 경험해온 비정상적인 상황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대 기업들이 내수 투자를 하지 않는데 다른 내수 부문이 동반성장할 길은 없다. 은행마저도 자금중개보다 금융투자에 혈안이니 자금순환이 잘 될 리 없다.
그런데 정부가 이제 흑자부문 기업의 자금을 강제로 끌어내서 내수소비를 진작시키겠다고 기업이 보유하는 내부유보에 과세를 해서 페널티를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세수도 확보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투자처를 못 찾는 돈을 강제로라도 끌어내어 이제 내수 진작용 소비에 쓰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안 그래도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걱정인데 이제 잠재역량을 강화하기보다도 나누어 소진하고 말겠다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법안을 발의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한 사람들은 어쩌면 훌륭한 경제민주화의 길이라고 믿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문제는 투자역량 잠식이나 이중과세라는 기술적 문제 뿐 만아니라 국회가 나서 민간기업유보의 적정수준까지 판단하여 정해주겠다는 발상이 지금 사유재산권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능한 일인지 더 우려가 된다.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경제민주화를 내건 정치인들이 아예 벗어부치고 기업경영에 나서면 될 일이 아닌가 싶다. 차제에 기업을 국유화 혹은 사회화하여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더 확실하게 기업자산을 정부와 국민모두가 원하는 데로 나누어 쓰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
사내유보결정을 포함하는 기업의 내부 경영변수는 모두다 기업의 생사와 관련된 전략변수로 기업의 결정 몫이다. 제3자가 적정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만중의 오만이다. 물론 이를 잘못 결정하여 실패하는 기업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마저 개별 기업의 몫이다.
왜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대고, 해외로만 돌고 있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하지, 이게 무슨 심술 굿은 대기업 등의 괘씸한 행동이라 보는 정치권이나 학계, 정부 일각의 잘못된 생각이 문제이다. 가진 자들의 부를 나눈다는 정치적명분에 맞는다고 손쉽게 대증요법에 의존하려는 경제정책의 정치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근본적인 대처방안은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고, 이를 막고 있는 제도적, 정책적 규제나 국민정서를 바꿔나가야 한다. 기업투자는 적어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작업이다. 직접적으로 수출제조대기업들의 국내투자를 막고 있는 대기업투자규제나 수도권투자규제 등은 정치적으로 민감하여 손 못 댄다고 제처 놓고, 기득권 노조문제도 정치적 사안이라고 제쳐놓고, 지엽적인 일에 메 달려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투자확대와 일리자리 창출에 맞추어,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지역에 관계없이, 분야에 관계없이 기업투자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정답이다. 규모, 지역, 분야를 따지는 정책행위야 말로 이미 경제정책을 정치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 빨리 정치화된 경제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소위 규제개혁도 바로 이런 정치적 규제를 혁파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동반성장의 선순환 고리는 바로 수출수익의 국내투자환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수출보다 내수 중심으로 가자는 주장들도 있으나 이는 우리경제의 구조와 현실을 모른 단견이다. 수출 수익의 국내환원을 막는 정책이 이중으로 내수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투자활성화에 나서기를 바란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