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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결말, 심심한 해피엔딩에 불만 폭주…끝까지 '한 방' 먹인 것 아니었을까?

2019-02-02 10:58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SKY 캐슬' 마지막회가 방송되고 나자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온 충격과 반전을 싹 걷어내고 미지근하고 심심한 해피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배신감까지 느낀 시청자들도 많다.

왜 그랬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다 보니, 작가가 끝까지 계산된 '한 방'을 먹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결말을 원하셨나요?" "잘난 사람들 잘 사는 것 보고 배아픈 당신은 김주영과 뭐가 다른가요?"라고 반문한 것은 아닐까 하는.

1일 'SKY 캐슬' 20회가 방송됐다. 벌여놓았던 일들을 정리해야 하는 최종회. 그런데 미스터리 스릴러 같던 드라마가 훈훈한 가족 드라마로 마무리됐다. 대부분이 해피엔딩이었다.

한서진(염정아)은 회개를 했고 남편 강준상(정준호)은 껍데기 인생을 벗어나기 위해 주남대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한서진과 강준상은 딸 예서(김혜윤) 예진(이지원)과 함께 혜나(김보라)의 유골이 안치된 곳을 찾아 용서를 구하며 영면을 빌었고, 스카이캐슬을 떠났다.

노승혜(윤세아)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의 항복 선언을 받아내고 가정을 지켜냈다. 흉물이었던 피라미드는 쓰레기로 폐기 처분했다. 차민혁은 가부장적 태도를 버리고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으며, 원수같았던 딸 세리(박유나)와 덩실덩실 엉덩이춤까지 췄다.

이수임(이태란)은 소설 '안녕, 스카이캐슬'을 완성했다. 아들 우주(찬희)는 자퇴하고 자신의 인생을 새로 찾겠다며 여행을 떠났다. 이수임은 감옥에 갇힌 김주영(김서형)을 대신해 딸 케이(조미녀)를 요양원에 기탁하고 보살펴줬다.

진진희(오나라)는 여전히 유쾌발랄했고, 공부 빼고는 다 잘하는 아들 수한(이유진)에게 특목고 진학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JTBC 'SKY 캐슬' 포스터 2종



다들 행복해졌는데, 시청자들은 행복하지가 않다. '전적으로 믿었는데' 결말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분위기다.

그렇다면 결말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 있었던 걸까. 욕망에 이끌려 악마와 손까지 잡았던 한서진과 그 가정은 영재네처럼 극단적인 파멸을 맞아야 했을까. 한때 시청자들이 추측했던 대로 사실 혜나가 한서진의 뒤바뀐 친딸이었다는 또 한 번의 반전이라도 있어야 좋았을까.

권위적인 남편에 적당히 비위 맞추며 우아함을 유지해온 노승혜는 뒤늦게 자의식을 발동했으니 가정을 찢고 나가는 것이 정답이었을까. 차민혁은 홀로 남겨져 아예 집을 피라미드처럼 지어놓고 꼭대기 다락방에서 살아야 했을까.

이수임은 캐슬이 끝내 무너지지 않을 것을 알고 붓을 꺾고(요즘 표현으로는 노트북을 끄고) 소설 집필을 중단해야 했을까.

욕망의 충돌로 자살, 타살 장면이 나오고 피바람이 불던 스카이캐슬은 평온을 찾았다. 한때 아갈머리를 찢어놓겠다고 막말을 하고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기도 했던 네 명의 주부는 이제 브런치도 즐기고, 티타임도 가지며 다시 찾은 평온함을 즐겼다. 

이런 모습들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에게 작가는 혹시 되묻고 싶었던 것일까. '상위 0.1%에 든 사람들은 주위에 누가 죽어나가든, 체면 좀 상하는 일이 있었든, 결국 그들만의 세상을 지켜나가게 마련인데, 어쩌라구요.'

김주영은 자신의 천재 딸이 망가지자 과거 자신처럼 '최고 아니면 안돼'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가정을 파탄내는 것으로 세상을 향해 비뚤어진 복수를 했다. 이 드라마는 그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새로 캐슬에 입주한 민자영(우정원)은 과거 한서진과 같은 면모를 보이며 자식들 교육에 무관심해진 듯한 주인공들을 '천연기념물'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주영(사실은 김주영의 화신 같은 새로운 입시 코디네이터곘지만)이 여전히 자녀를 최고 명문대에 입학시키고 싶은 또 다른 캐슬 주민들 앞에 등장했다.

드라마는 '안녕, 스카이캐슬'이라며 작별을 고했지만, 또 다른 'SKY 캐슬'은 이렇게 또 공고한 성을 쌓고 있다는 것. 해피엔딩 때문이 아니라 이런 불편한 사실이 0.1%에 들지 못한 99.9%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작가의 의도가 그러했다면 이는 'SKY 캐슬'이 던진 마지막 반전일 것이다.(유현미 작가님,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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