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고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3기 신도시’를 발표한지 한달이 지났다. 6만6000가구가 들어서는 남양주 왕숙 1·2지구 부지부터 하남(교산) 과천(과천) 계양(테크노벨리)까지 4개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교통망이 조성되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반대’와 ‘환영’이 교차하던 이들 지역을 1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편집자주>
[3기 신도시 지정 한달-남양주 왕숙①]대토 보상 반발...인근 땅값은 ‘쑥’
지난 8일 남양주 왕숙지구가 들어설 진건읍 인근에 신도시 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지금은 내놔도 땅 살 사람이 없어요. 토지주들이 보상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니… 저희도 눈치만 보고 있어요.”
지난 8일 오전 11시 남양주시 진건읍 신월리 인근. 3기 신도시 지정 한달 후 토지주들의 움직임을 묻는 질문에 T공인중개사사무소김모씨는 이곳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현재 왕숙지구로 조성되는 이곳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땅으로 이용되고 있다. 김씨는 “80~90%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토지보상 가격이 낮을 것”이라며 “지주들은 정부의 토지 수용으로 당장 내년 생계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진접2지구(왕숙지구 북쪽)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곳은 지난해 말 공공택지구역으로 지정된 후 토지보상을 진행해오다 최근 제동이 걸렸다.
주민대책위원회가 정부의 토지와 지장물 조사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보내면서다. 진접지구 한 주민은 “공공택지로 수용되면 현금보상을 받아도 농지 재매입은 역부족”이라며 “형평성 있게 택지 지정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왕숙2지구가 들어설 양정동 K공인중개사사무소 박모씨는 “다산지구도 개발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듯 왕숙지구도 다르지 않다”며 “형평성 있는 토지보상안을 내놔야 반대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왕숙1지구가 조성될 신월리에서 4㎞ 떨어진 오남읍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문을 열고 전화상담에 여념이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평당 25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50만원을 불러도 살 수가 없어요… 오늘 아침에만 벌써 몇 개가 팔렸고 매물은 기다려야 해요.”(H공인중개사사무소 황모씨)
H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한 남성이 애타게 속사정을 털어놓고 있었다. 작년 봄 평당 170만원에 경매로 나온 오남리 인근 토지를 사려다 포기했는데 정부의 신도시 발표 이후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시세는 300만~350만원대로 주변 그린벨트였던 곳 대비 최고 5배의 가격차가 형성된 상황. 이곳 중개업자 황모씨는 “왕숙지구가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본건 오남읍”이라며 “토지거래가 대부분 막힌 왕숙지구와 달리 인접지역은 시세가 치솟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오남읍은 정부의 신도시 지정 발표가 나자마자 상담전화가 이전보다 2∼3배 늘었고 앉은 자리에서 호가가 수백만원씩 오르는 것은 예삿일이 돼버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왕숙1지구와 인접한 퇴계원은 신도시 지정후 문의가 늘었지만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 비중이 커 좀처럼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 노후주택 단지가 대부분을 차지해 수요자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지 K공인중개사사무소 이모씨는 “신도시 경계선을 두고 신월리와 오남읍은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며 “인근 토지주들이 농사지을 땅을 매입하려는 문의도 속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신도시 경계선을 두고 이 같이 토지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의 현실성 있는 토지보상이 이뤄질 지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왕숙지구의 경우 지주들이 현금 보상 대신 택지로 보상받을 수 있는 대토보상권이 주어진다. 또 대토보상 선택범위도 사업자가 사업중인 동일 지구, 또는 인접한 시군구 내 사업지구까지 확대키로 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토지이용계획상 우량블록 등 주민 선호도를 고려해 대토대상지역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례로 앞서 지난 2012년 수도권 최대 노른자위로 꼽힌 위례신도시의 경우 원래 지주들이 갖고 있던 땅의 감정가가 10~20억원 안팎이었지만 시행사가 대토용 부지 면적을 크게 구분해 매입 금액이 수십억원 이상 더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행사가 어떤 땅과 건물을 매입해 보상해야 할지 조사한 뒤 보상계획을 공고한다. 이후 감정평가업자 3곳이 감정한 평균액으로 보상금액을 정한다. 이 금액에 불만을 갖는다면 수용재결, 이의재결 등의 절차를 거쳐 계속 협의한다.
황 대표는 "토지 수용자들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대토 부지 면적을 크게 잘라 공급할 경우 땅 가격이 그만큼 비싸져 구입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대토보상 신청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꼼꼼한 판단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