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박근혜 탄핵 2년, 왜 우린 여전히 고통스러운가

2019-02-11 10:2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언론인

멀쩡한 사람이라면 2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재판 앞에 연민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사건이 대한민국의 명운(命運)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데, 채명성의 신간 <탄핵 인사이드 아웃>(기파랑)은 그런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된다.

채명성이 누구지? 탄핵 심판 대리인단 일원이고, 형사재판 변호인단으로도 활동했던 젊은 변호사다. 평이하면서도 울림이 큰 이 책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로 떴는데, 우파 책으론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목마름이 컸다는 얘긴데, 출간 시점도 흥미롭다. 1년 전과 또 달리 이른바 촛불혁명 정부의 폭주와 민심 이반(離反)이 우리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 책을 읽고 여운으로 남는 건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채 변호사가 2년 전 헌재에서 했던 탄핵심판 최후변론이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피청구인(박근혜)의 임기는 1년이 채 남지 않았으며…주된 임무는 연말 대선의 공정한 관리에 국한될 것입니다." 그게 맞는 백 번 맞는 소리였다.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간 푸닥거리"

탄핵 기각 때 태극기와 촛불 세력 사이의 긴장이 치솟겠지만, 예정된 12월 대선 때문에 심각한 충돌은 피할 수 있다. 유감천만이지만 헌재는 그걸 외면했다. 외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는 정치권 압박에 몰렸다. 그 이전 국회부터 그랬다. 사실 조사 과정도 몽땅 생략한 채 가짜뉴스를 짜깁기한 탄핵소추안을 만들었고, 그걸로 의사봉을 두드리기 바빴다.

명백한 '날림 탄핵'의 연속이 끝내 현대정치사 최악의 비극을 연출해낸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다음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사태는 있지도 않은 귀신을 몰아낸다며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간 한 판 푸닥거리가 아니었을까…"(프롤로그).

2년 전 상황을 복기(復碁)해보니 온통 안타까울 뿐이지만, 그래도 <탄핵 인사이드 아웃>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위로가 된다. "나라 위해 밤잠 설쳐 가면서 기업들이 밖에 나가 활동할 수 있게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3년 반 고생을 고생인 줄 모르고 살았는데…"(181쪽)

그건 형사재판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했던 항변이다. 그 발언 직후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 하며 흐느꼈다"는 대목이 보인다. 이게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실은 책을 읽는 독자에겐 큰 문제없이 읽힌다. 좀 격앙됐다는 뜻으로 해독되기 때문이다.

영장 실질검사 때도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는데, 그 또한 명백한 진실이다.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온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 말 역시 공감하기에 <탄핵 인사이드 아웃>을 읽는 건 고통스럽다. 고통은 이내 분노로 바뀐다. 특검이 뇌물죄로 엮기 위해 뒤집어씌운 "박근혜-최순실은 경제공동체"란 논리가 너무 허무맹랑해서 우선 그렇다.

그런 논리라면 노무현과 그의 형 노건평이야말로 경제공동체가 아닐까? 김대중과, 비리를 저지른 그의 아들들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들고 나왔던 묵시적 청탁이란 개념도 어이없기 짝이 없다. 특검-법원이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최악은 역시 헌재가 아니었을까?

탄핵 기각 때 태극기와 촛불 세력 사이의 긴장이 치솟겠지만, 예정된 12월 대선 때문에 심각한 충돌은 피할 수 있다. 유감천만이지만 헌재는 그걸 외면했다. 외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는 정치권 압박에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호가 밝힌 민주당 정치공작

박 전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지가 없었다고 보고 탄핵봉을 용감무쌍하게 휘둘렀던 게 바로 그들이니까. 의지가 있고 없다는데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도 큰데다가 사실 박 전 대통령만큼 헌법가치 수호에 충실했던 대통령도 드물지 않던가? 경제공동체, 묵시적 청탁, 헌법 수호의지 타령…. 이 모든 걸 지금 살펴보니 몽땅 허구이고, 거짓이다.

단 오래 전 품어온 의문이 이 책으로 모두 해소되는 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를 죽이려는 '운동권 정당' 민주당의 정치공작 일환인데, 왜 그 덫에 허무하게 당하고 말았는가? 책에 소개된 대로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의 '시사IN' 인터뷰(17년 11월)가 그걸 잘 보여준다.

16년 총선에서 이긴 뒤 최순실 제보가 잇달아 들어오자 당은 비공개 TF를 8월 발족시킨다. 당시 멤버가 도종환-손혜원 등인데, 직후 거의 매일 신문 1면에 최순실이 등장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청와대-새누리당이 생각 이상으로 허둥대는 걸 보면서 저들은 탄핵의 꿈을 무럭무럭 키웠다. 단 탄핵 구호부터 내세우면 새누리당이 꽁무니를 뺄 것으로 보고 3단계 전략을 짰다.

대통령 2선 후퇴, 하야 요구 등에 이어 마지막에 탄핵 시동을 건다는 그림이었다. 그리곤 열불 나게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과 접촉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며 탄핵몰이에 미친 듯 몰두했다. 이게 뭘 뜻할까? 저들이 영악했고,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안팎의 적대세력 앞에 너무 취약했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한반도 위기의 순간에 대한민국 우파 대통령은 정치학의 기본인 마키아벨리즘의 달인으로서 국가 존립과 이익 극대화에 매달려야 옳지 않았을까? 그 이전에 대통령직을 지키는 것 자체가 기본이었다. "아버지가 지켜온 이 나라"를 새롭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정권 수호는 필수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방어하는데 허술했단 말인가?

그런 자탄을 피할 수 없다. 단 <탄핵 인사이드 아웃>이 모두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큰 붓으로 윤곽을 잡아 '탄핵 정치학'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게 부족하고, 세필(細筆)로 포착하는 뉘앙스도 아쉽다. 즉 폭민정치로 치달은 탄핵의 정치학적 접근이나, 한국인들의 광기에 대한 포착은 약하다.

하지만 그런 걸 새로운 각도로 포착한 다른 저술이 속속 등장할 걸로 나는 믿는다. 이 책의 미덕은 탄핵의 부당함을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진영논리로 쓰여졌다는 느낌도 주지 않는 점이다. 때문에 좌파 쪽에서 굳이 이 책을 외면할 것 같지도 않다. 지금도 탄핵 프레임을 여전히 믿는 좌파 얼간이들이 있다면, 그들부터 이 책 보고 정신부터 차리는 게 순서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